마켓인사이트 9월 9일 오후 1시51분

SK그룹이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끌어모으고 있다. SK에너지, SK(주) 등 주요 계열사들이 이달 이후에만 1조원 이상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가파른 시장금리 하락세로 이자 비용 절감 기회가 생기자 적극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SK에너지는 이달 26일 3년, 5년, 10년 만기로 총 3000억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한다고 9일 발표했다. 그린본드는 자금 사용 목적이 친환경 투자로 한정된 채권이다. 18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받아보고 매수 수요가 풍부하면 발행 금액을 5000억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SK(주)도 차입금 상환 재원 마련을 위해 20일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채권 만기는 3년, 5년, 10년으로 나누기로 했다. 수요예측에 들어온 매수 주문이 넉넉하면 발행 규모를 4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외에도 SK브로드밴드(1800억원), SK가스(1000억원), SK어드밴스드(800억원) 등 계열사들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은 올해 국내 대기업 중 가장 활발하게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올 1~8월 SK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총 5조8400억원어치로, 국내 대기업 중 압도적인 1위다. 2위인 LG그룹(2조39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계열사별로는 SK하이닉스(9800억원) SK텔레콤(8000억원) SK에너지(5000억원) SK종합화학(5000억원) 등이 올 들어 5000억원 이상씩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다음달까지 계획이 잡혀 있는 발행 물량까지 합하면 SK그룹의 올해 회사채 발행 금액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전체 발행액(7조127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채권 금리 하락으로 차입 비용이 크게 하락하자 SK그룹 계열사들이 저렴하게 중장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선제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연 1.742%로 마감했다. 작년 말 2.287%에 비해 0.54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금리 하락 기회를 활용해 SK루브리컨츠는 지난달 27일 국내 민간기업 중 사상 최저인 연 1.384%의 금리로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