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지난 4일까지 인버스 ETF 설정 계좌 수는 390만 계좌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약 206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인버스 ETF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이용해 지수나 개별 주가와 반대로 수익률이 나오도록 설계한 ‘청개구리 상품’이다. 증시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환매를 결정한다.

조정기에 이 상품이 충분한 수익을 거둔 점도 투자자들이 환매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버스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07%였다. 국내 펀드 중 같은 기간 이 보다 성과가 좋았던 상품은 시장중립 대체투자 펀드 하나 뿐이다.

인버스 펀드의 3개월과 6개월 수익률도 각각 4.29%, 12.28%로 높다. 개별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1개월 수익률을 보면 ‘키움KOSEF200선물인버스2X’ ETF가 3.43%로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TIGER200선물인버스2X’가 3.42%로 뒤를 이었다.

3개월과 6개월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건 ‘KBSTAR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였다. 3개월 수익률이 16.82%, 6개월이 31.16%였다. ‘키움KOSEF코스닥150선물인버스’가 3개월 16.60%, 6개월 31.02%로 뒤를 이었다. 염명훈 키움증권 리테일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오르면 손실폭이 커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인버스 ETF는 환매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이 일정 조건에 도달하면 무조건 환매를 하는 로스컷 기준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환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인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될 여지가 많다”며 “아직 추세적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