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업계 지원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에너지혁신성장펀드가 어렵사리 운용사를 선정해 첫발을 뗐다. 탈(脫)원전 정책을 내세우면서 한쪽으론 원전 지원책을 펴고 있어 관련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1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총 300억원을 출자해 결성하는 에너지혁신성장펀드A·B 운용사로 최근 포스코기술투자와 다담인베스트먼트를 각각 선정했다. 포스코기술투자는 한수원 출자액 180억원을 바탕으로 300억원 이상의 펀드를, 다담인베스트먼트는 한수원 출자액 120억원을 포함해 200억원 이상의 펀드를 각각 조성할 예정이다.

정부는 작년 에너지 전환정책을 발표하면서 펀드 조성을 약속했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관련 중소·중견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만큼, 이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원전 해체 관련 업체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펀드를 조성한 것은 마중물을 만들어 민간 투자 가능성을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펀드 결성 후 4~5년간 투자해 8~10년 내 회수하는 조건이다.

업계에서는 고개를 젓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좋게 보면 연착륙을 시도하는 것이지만 사실 ‘병 주고 약 주는’격 아니냐”며 “원전 시장을 죽이기로 해 놓고 관련 업체에 투자해서 수익이 나기를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각 때문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운용사 수도 많지 않았다. 그나마 민간출자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한 펀드 B에는 세 곳의 운용사가 나섰지만, 인센티브가 없는 펀드 A에는 포스코기술투자 한 곳만이 지원했다. 한수원은 지난달 12일 재공고를 냈으나 추가로 나선 곳은 없었다.

공고에 따르면 펀드 B는 손실 발생 시 후순위 출자자인 한수원이 민간출자자 출자약정금액의 25% 범위(20억원 한도) 내에서 손실을 우선 분담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처음 아이디어가 제시됐을 때부터 운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고 평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운용사 선정보다도 중요한 것은 출자자 모집”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