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증시 조정 뒤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선방하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 ‘옥석 가리기’가 이뤄졌고, 기업 스스로도 흥행 성공 가능성을 우려해 공모가의 거품을 뺀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옥석 가렸더니…하락장서 선방한 새내기株
증시 조정기 상장기업 ‘선방’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 조정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최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는 모두 13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 23일 종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14.69% 높았다. 앞서 코스피지수는 7월 23일 2095.76을 기록한 뒤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올 들어 증시 조정기 이전에 상장한 기업 27곳은 주가 흐름이 비교적 부진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 23일 종가는 공모가에 비해 평균 10.51% 낮았다.

전문가들은 증시 조정을 계기로 흥행 부진이 우려되는 기업은 상장을 자진 철회하는 옥석 가리기가 벌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시 조정기 이후 상장을 자진 철회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하반기 들어서만 이런 기업은 5곳에 이른다.

가장 최근인 지난 22일에는 게임 배급 업체 팡스카이가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자진 철회했다. 팡스카이 측은 “코스닥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올해 상반기 회사 실적이 부진해 상장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대외 악재가 잇따라 터지며 상반기 실적이 안 좋은 기업은 언제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에서 자신이 없는 기업이 공모를 자진 철회하면서 우수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석 가리기에 거품 제거도

신규 공모주는 상장 당일에 인기를 끌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가 진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들 기업의 상장 당일 종가를 공모가와 비교해보면 조정기 이전 상장 기업이 평균 28.05%, 조정기 이후 상장 기업이 44.54% 올랐다.

기업 스스로가 흥행 부진을 우려해 공모가의 거품을 뺀 것이 상장 뒤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폭락장 이전에는 공모가를 높여 비싼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는 발행사의 입김이 매우 셌다”며 “최근엔 장이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해 굳이 공모가를 높였다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피하려는 발행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원료업체 네오크레마가 그런 사례다. 지난 22일 상장한 이 기업은 일반청약에서 경쟁률 1.6 대 1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이 기업의 공모가는 8000원이었다. 그러나 상장 당일 이 기업은 공모가보다 33.13% 높은 1만65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반영해 공모가를 하향조정한 기업은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이나 일반청약에서 부진하고도 상장 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조정기에 상장한 기업은 13곳 중 8곳이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지난 23일 장을 마감했다. 반면 조정기 이전 상장기업은 24곳 가운데 영화 ‘기생충’에 투자한 것으로 주목받은 창업투자회사 컴퍼니케이 등 7곳만 공모가를 넘어섰다.

양병훈/이우상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