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내주고, SW 개발인력 대주고…

스타트업 '수퍼빈' AI·로봇기술 활용
캔·페트병 수거해 되파는 사업
카메라 스캔만으로 쓰레기 상태 판별
전국 30개 지자체에 85대 설치
'벤처 1세대' 변대규 휴맥스 회장, 'AI 분리수거 스타트업'에 꽂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제어계측공학 박사과정을 마친 뒤 1989년 건인시스템을 설립하며 한국 벤처기업 1세대로 떠오른 변대규 휴맥스 회장. 그는 요즘 캔, 페트병 등 쓰레기 분리수거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푹 빠져 있다.

작년 10월 20억원을 투자한 뒤 최근엔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휴맥스 직원 상당수를 이 스타트업으로 이직시켰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력 강화를 도우려는 의도에서였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변대규식 지원방식과 ‘벤처신화’로 통하는 그가 주목한 이 회사의 사업 내용이 화제로 떠올랐다.

휴맥스 개발인력, 수퍼빈으로 이직시켜

'벤처 1세대' 변대규 휴맥스 회장, 'AI 분리수거 스타트업'에 꽂히다

변 회장이 ‘꽂힌’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캔과 페트병을 수거하는 회사 수퍼빈이다. 작년 10월 휴맥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수퍼빈은 올해 초 경기 성남시 분당 ‘휴맥스빌리지’에 입주해 휴맥스 지원을 받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휴맥스 직원들이 수퍼빈을 지원하는 데 애로를 느끼자 ‘아예 해당 부서를 통째로 수퍼빈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변 회장이 판단했다. 변 회장은 “스타트업인 수퍼빈이 휴맥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데 벤처에서 중견기업으로 커버린 휴맥스의 직원들이 스타트업과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직원들을 아예 데려가라”고 제안했다.

그는 “수퍼빈이 한국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어 사회적 가치가 클 뿐 아니라, 휴맥스가 그간 부족했던 로봇공학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라는 점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휴맥스로서도 차세대 먹거리를 준비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어서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처음에는 이직에 반발하던 직원들도 있었지만 스톡옵션 등 ‘당근’과 미래성장성을 제시하며 설득한 결과 전원이 회사를 옮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휴맥스는 개발인력 7명 및 관련 장비와 데이터를 수퍼빈에 이전키로 하고 이달 말까지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AI 기술로 쓰레기 분리

수퍼빈은 쓰레기를 돈으로 바꿔주는 회사다. 캔과 페트병을 가져와 수거통(상품명 ‘네프론’)에 넣으면 스캐너가 모양과 상태를 읽어 기준에 부합하는 양질의 캔, 페트병만 분류해낸다. 캔과 페트병을 가져온 사람에게 캔은 개당 7원, 페트병은 개당 5원으로 쳐 포인트를 지급한다.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포인트가 적립되고,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카메라 스캔만으로 쓰레기 상태를 판별하고 재활용 가능 여부를 분석해내는 소프트웨어에 간단치 않은 AI 기술이 적용됐다는 평가다. 네프론은 전국 3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금까지 85대를 사들이거나 렌털했다. 대당 가격은 2000만원 선이며, 월 100만원(운영비 별도)에 빌릴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 재활용품을 헐값에 넘겨받아 태우거나 땅에 묻는 업체가 많다”며 “개인에게 보상을 하고 깨끗한 쓰레기만 모아 화학회사에 파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화학 소재로 쓰이는 폴리에스테르의 원료 가격은 1㎏에 1000원이다. 깨끗한 페트병을 잘게 잘라 원료로 만들면 1㎏에 200원이면 돼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화학회사로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재활용 페트병의 품질이 좋지 않아 페트병을 활용한 폴리에스테르 수율(원재료 투입량 대비 제품 생산량)이 50%에 불과했다.

변 회장, 이사회 의장 맡기로

휴맥스는 지난해 첫 투자에서 수퍼빈 기업가치를 200억원으로 보고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2017년부터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변 회장은 최근 수퍼빈 이사회 의장도 맡기로 했다.

수퍼빈은 내년 상반기까지 두 번째 투자유치를 할 계획이다. 회사 측이 인정받기를 원하는 기업가치는 1000억원이다. 변 회장은 이 투자 유치에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대표는 “200억원가량 투자를 받아 재활용품 수거통 보급 대수를 내년까지 전국 500대로 늘리고 수거된 재활용품을 화학원료로 바꿀 수 있는 공장 설립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