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 15일 오전 10시35분

바이오업종 투자심리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가운데 신약개발 바이오기업들이 예정대로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갔다. 이달 초 신라젠의 임상3상 중단 소식으로 상장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추락하면서 바이오기업 IPO가 전면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헬릭스미스의 임상3상 결과 발표 등 바이오업종 전반에 영향을 미칠 변수도 대기 중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바이오기업들이 IPO를 완주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마켓인사이트] 투자심리 냉각에도…바이오벤처 IPO '강행'
메드팩토·올리패스 등 IPO 도전

항암신약을 개발하는 메드팩토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지난 13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전문기관 두 곳에서 기술성 평가 ‘A등급’을 받으며 기술성장기업 특례 상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장외시장의 주요 바이오기업으로 꼽혀온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인 올리패스는 신라젠의 임상3상 중단 충격이 가시지 않은 지난 8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다음달 일반 청약을 받는다. 올리패스는 희망 공모가 범위(3만7000~4만5000원)를 기준으로 296억~36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바이오업체 셀리버리에 이어 성장성 특례상장을 활용해 증시에 입성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IPO 주관사 추천을 받은 기업에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프리IPO 투자에서 400억원 유치에 성공하는 등 인기를 모았던 바이오벤처기업 티움바이오는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주사제·건강기능식품 제조와 신약개발을 겸하고 있는 녹십자웰빙은 7월 거래소로부터 심사 승인을 받은 상태로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 밖에 여러 바이오기업이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바이오기업이 IPO를 통해 공모자금을 조달해 신약개발 등에 쓰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며 “계속 기다린다고 해서 장이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상장을 준비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공모가 산정 벽 넘을까

IB업계에서는 이들 바이오기업 IPO의 가장 큰 난관으로 ‘기업가치 산정’을 꼽고 있다. 공모가를 결정하기 위해 진행하는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 시기에 증시가 급락하거나 바이오업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3위인 헬릭스미스가 다음달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의 임상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역시 코스닥 상장사인 메지온도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제인 유데나필의 임상3상 결과를 연말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수요예측에서 원하는 수준의 공모가를 인정받지 못하면 상장 계획 철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아동 콘텐츠 기업인 캐리소프트는 코스닥지수가 10% 넘게 하락한 기간에 수요예측을 진행했다가 지난 7일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상장 바이오기업의 주가도 변수다. 코스닥 새내기주인 압타바이오 주가는 14일 1만5250원으로 마감했다. 상장 후 두 달 만에 공모가(3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는 상장 전 수요예측에서 85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해 희망 공모가(2만1000~2만5000원)를 크게 웃도는 3만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 공모주시장은 바이오업종이 각광받던 지난 상반기와 분위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기업가치 산정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장을 추진하는 바이오기업들은 완주를 위한 여러 방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패스는 공모주식 수를 원래 계획인 150만 주에서 80만 주로 대폭 줄였다. 실권주 발생 가능성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