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조정을 계기로 기업 대주주나 경영자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저가 매수로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강화하거나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몽규 HDC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자사주 5만9117주를 장내 매수했다. 매입 금액은 약 7억4000만원이다. 이를 통해 정 회장 지분율은 종전보다 0.1%포인트 높은 33.68%가 됐다.
"증시 조정은 싸게 살 기회" 자사주 사들이는 CEO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5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인적분할을 해 HDC를 설립했는데 이전까지 정 회장 측 지분은 18.56%에 불과했다. 정 회장은 분할 뒤 자사주를 집중 매입해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도 최근 거액을 들여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달 말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약 24억2000만원어치(약 30만 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3.80%에서 4.05%로 높였다. 이 밖에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약 2억3000만원), 문종인 한국철강 사장(약 1억원), 류광지 금양 사장(약 3억원), 이윤하 하나제약 사장(약 1억원), 구동휘 LS 상무(약 7억원) 등도 억대 자사주 매입을 한 기업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주회사가 관계사 지분을 대량 매입하는 사례도 있었다. 세아제강지주는 지난달 말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세아제강 지분 1만6480주를 장내 매수했다. 매입 금액은 약 11억원이다. 세아제강지주는 이번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34.33%에서 34.92%로 끌어올렸다. 세아제강은 지난 6월 24일 장중 최고가 8만300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해 지난달 말에는 6만4600원까지 떨어졌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