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락장에서 약 1조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연기금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주 위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대로 지수 방어가 주된 목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원투수' 연기금, 장바구니 보니…삼성전자·코스피 ETF 집중 쇼핑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지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 1900선에서 가까스로 멈춰선 7일까지 4거래일 동안 연기금은 1조452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기금은 지수를 방어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코스피200 지수 추종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네 개 종목에 들어간 자금만 전체 순매수 규모의 48.6%에 달했다. 연기금은 네이버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주도 대거 사들였다.

‘구원투수’로 나선 연기금 덕분에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 폭은 코스피지수(-5.34%)와 코스닥지수(-9.26%)보다 낮았다.

안정환 BNK자산운용 에쿼티그룹장(전무)은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비중이 18%(올해 연말 기준)로 정해져 있는데 이미 한도에 거의 도달해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급락장으로 기존 보유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비중이 축소돼 그만큼 국내 증시에 추가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 그룹장은 “이 같은 관점에서 연기금은 앞으로도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기존 자산 가치를 지키고 글로벌 포트폴리오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구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때 연기금이 순매수하는 종목 위주로 투자한다면 가격 하락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