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코스닥 벤처펀드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일 경제갈등, 미·중 무역전쟁 등 증시를 누르는 대외 악재 외에도 ‘바이오주 쇼크’까지 겹쳐 다른 주식형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더 저조하다. 최근 석 달 만에 20% 가까이 손실을 봤다. 기대를 모았던 공모주들의 부진도 펀드 수익을 갉아 먹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부 믿고 투자했는데" 개미들 '원성'…코스닥 벤처펀드 20% 손실에 뭉칫돈 이탈
바이오 충격 고스란히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 12개는 올 들어 평균 -7.85% 손실을 냈다. 석 달 만에 18.64% 급락하면서 상반기 성과를 모두 까먹었다. 최근 3개월 손실률은 국내 주식형 펀드(-13.93%), 액티브 중소형 펀드(-16.85%)보다 더 컸다.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25.70%)’ ‘현대인베스트벤처기업&IPO(-25.26%)’ ‘KB코스닥벤처기업(-24.52%)’ ‘미래에셋코스닥벤처기업(-21.80%)’ ‘KTB코스닥벤처(-20.83%)’ 등은 3개월 손실률이 20%를 넘어섰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작년 4월 첫선을 보였다.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나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에, 35%를 코스닥시장 상장 중소·중견기업 신주 또는 구주에 투자하면 펀드 운용사에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해 준다. 투자자에겐 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이 있어 출시 직후 3조원가량 자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코스닥 벤처펀드가 나온 뒤 한 달 만인 작년 5월부터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이 흔들리면서 펀드수익률도 급락했다. 올 들어 수익률을 회복하는 듯했지만 하반기 들어 코스닥지수가 20.13% 폭락하면서 함께 무너졌다. 코스닥 벤처펀드들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제넥신 등 바이오주를 많이 담고 있어 충격을 더 크게 받았다.

毒이 된 공모주 우선 배정

코스닥 벤처펀드의 최대 강점인 우선 배정 공모주의 수익률이 떨어진 것도 펀드 성과가 부진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하락 여파로 코스닥 우선 배정 물량의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코윈테크는 상장 이튿날인 이날 전날보다 2450원(11.26%) 떨어진 1만9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공모가(3만450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주가다. 최근 상장한 덕산테코피아, 슈프리마아이디, 세경하이테크 등도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게임주 SNK는 공모가(4만400원) 대비 주가가 반 토막 이하로 떨어져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와 더불어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출시된 KRX300지수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1월 발표된 이후 자산운용사들이 KRX3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놨지만 코스닥200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ETF보다 수익률이 낮아 기관 등 큰손들이 외면하고 있다. ‘KODEX KRX300’의 올해 수익률은 -5.42%로 ‘KODEX200(-3.01%)’보다 낮다.

정부에 대한 원망도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개인투자자가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믿고 투자했다가 원금의 30%를 날렸다’ ‘출시할 때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 등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손실이 커지자 손실을 감내하고 펀드를 정리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에서는 올 들어 2561억원이 빠져나갔다.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이 5148억원임을 감안하면 올 들어 전체 펀드 자금의 3분의 1이 이탈한 셈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