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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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환율로 옮겨붙으면서 신흥국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글로벌 위기 조짐이 일 때마다 나타나는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 및 주가·환율 폭락이 이번에도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흥국 위기 또 다시 불거지나

5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매가 벌어졌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이던 달러당 7위안을 넘는 것을 용인하자 ‘중국의 대응강도가 1~10 척도로 보면 11에 달한다’(뉴욕의 투자은행 코웬)는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무역 갈등은 '영구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한 때 1000포인트 부근까지 폭락해 2만5000선이 깨질 뻔 했다. 막판 반발매수세로 결국 767포인트(2.90%) 떨어진 채 마감했다. 포인트로만 따지면 이날 하락폭은 역대 6번째로 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98%, 나스닥은 3.47%로 하락폭이 더 컸다.
MSCI 이머징마켓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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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신흥국 증시와 통화로 금새 전염됐다. 모건스탠리캐피널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이날 3.33% 폭락했다. 대표적 신흥국인 브라질의 상파울루 증시에선 보베스파 지수가 2.51% 급락한 100,097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는 프랑스(-2.19%), 독일(-1.80%), 스페인(-1.35%) 이탈리아(-1.3%) 등 유럽 선진국 증시의 지수 하락폭보다 훨씬 높다.

또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1.69% 오른 달러당 3.957헤알을 기록했다. 지난 5월 30일(3.979헤알) 이후 가장 높다. 인도 루피화와 멕시코 페소화, 남아공 랜드화 등도 일제히 1~2% 선에서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 신흥국 통화에 투자하는 위스덤트리의 이머징 커런시 스트레티지 펀드는 이날 1.3%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이머징 마켓 통화는 2016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으며, 신흥국 증시는 올 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신흥 시장 통화의 벤치마크인 위안화를 추가로 절하할 수 있는데다, 세계 경기 침체로 신흥국들의 수출과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조셉 퀸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무역과 성장의 취약성, 그리고 미·중 무역갈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우리는 신흥시장에 대한 비중 축소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브렉시트 등에 따른 탈글로벌화와 글로벌 성장 둔화가 투자를 줄이는 핵심적 이유다.

국제금융연구원(IIIF)에 따르면 신흥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5월 190억달러, 6월 358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웰스파고의 사미어 사마나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이는 미·중 무역갈등이 확대되기 이전의 일로 자본 유출은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며 “미국 이외 지역의 성장은 계속 약화되고 있으며, 특히 신흥국은 무역갈등이 해소될 때까지 실적이 저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국 통화 약세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금리를 낮추려할 경우 통화가 추가 약세를 보이면서 해외자본 유출을 가속화시킬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금융사들은 국내총생산(GDP)의 19%에 달하는 3500억달러의 달러 부채를 지고 있다”며 “한국은 자본 이탈에 대한 두려움과 씨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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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으로 대이동

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금과 은,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 등에는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0.122%포인트 내린 연 1.742%에 마감돼 2016년 11월 이후로 최저로 떨어졌다. 이날 밤에는 연 1.672%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스위스와 독일의 국채는 만기에 상관없이 모든 채권이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했다.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 규모는 세계적으로 15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온스당 150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12월물 금도 전날보다 0.66% 상승한 온스당 1,486.20달러로 1,5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은 현물 가격도 온스당 16.50달러로 0.67% 상승했다.

일본 엔화는 달러당 105.62엔으로 전날보다 0.46% 올랐다. 스위스 프랑도 달러에 비해 0.37% 강세를 보였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값도 이날 1만1940달러까지 치솟아 다시 1만2000달러선에 근접했다. 가상화폐도 미·중 무역전쟁에서 한발 비켜나있는 만큼 안전자산으로 취급된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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