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올 2분기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중간배당 규모를 유지했다. 아직 중간배당 결정 공시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주는 배당주에 대한 선호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실적부진에도…중간배당은 사상 최대
올해 중간배당 늘어날 듯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분기 중간배당 결정공시를 한 상장사는 37곳으로 배당금 총 규모는 3조5944억6000만원이었다. 지난해 2분기 중간배당 3조6308억4000만원보다 363억8000만원 적다. 아직 중간배당 결정공시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8월 3~13일 공시된 중간배당액 합계는 1339억원이었다. 올해는 이 금액의 3분의 1 수준으로만 나와도 지난해를 웃돌게 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이 견조한 배당액 수준을 견인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2분기 중간배당액은 이날까지 3조5697억6000만원이었다. 지난해 2분기 중간배당액에 비해 0.9% 적은 액수다. 최종 수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배당액은 13.4% 줄어든 247억원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가운데 진양산업, 두산밥캣, 포스코,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웅진코웨이 등은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늘렸다. 이 중 두산밥캣은 지난해 401억원에서 올해 601억5000만원으로 50% 늘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57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웅진코웨이는 2분기 영업이익이 138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지만 당기 중간배당은 0.08% 늘었다.

포스코 SK텔레콤 등은 2분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중간배당금을 늘렸다. 포스코는 2분기 영업이익이 1조6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줄었다. 하지만 중간배당액은 1602억3000만원으로 33.5%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 32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감소했지만 당기 중간배당액은 718억7000만원으로 1.8% 늘었다. 일각에선 “기업 형편에 맞지 않은 고율 배당은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당주 펀드로도 돈 몰려

삼성전자의 2분기 중간배당액은 전년 동기와 같은 2조4046억원이었다. 반도체 업황 악화 등으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6% 줄어든 6조6000억원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배당을 크게 강화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6%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수준의 중간배당을 유지했다. SK이노베이션의 당기 중간배당액은 1411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0%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배당 총액이 줄어든 건 자사주 매입의 영향이고 주당 배당금은 작년과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배당주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3.12%(지난달 29일 기준)다. 설정액은 연초에 비하면 2917억원 줄었다. 하지만 최근 1개월간 1351억원 증가하는 등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

조승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기업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그동안 잉여현금흐름 개선에 힘입어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