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 자동차 부품기업 두올산업이 싱가포르에 있는 SG BK그룹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SG BK그룹은 한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하던 BK컨소시엄의 종속회사다. 이로써 빗썸이 두올산업을 통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는 것 아니냐는 증권가의 기대는 20일 만에 사라지게 됐다.

두올산업은 SG BK그룹이 발행하는 신주 2357억원에 대한 취득 결정을 철회한다고 29일 공시했다. 두올산업 측은 “SG BK그룹의 주요 계약 위반사항이 발견됨에 따라 이를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계약목적 달성이 불가능해 계약을 해지하고 취득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올산업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및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총 21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고 지난 7~8일 이틀에 걸쳐 공시했다. 9일에는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SG BK그룹 신주를 오는 9월 15일까지 취득한다고 발표했다. SG BK그룹은 BK성형외과 설립자인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빗썸의 대주주 격인 BTHMB홀딩스가 두올산업의 인수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두올산업이 SG BK그룹을 인수하더라도 빗썸 경영에 참여할 순 없다는 게 BTHMB홀딩스의 설명이었다.

이후 BTHMB홀딩스와 빗썸 2대주주인 비덴트는 두올산업에 1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두올산업의 일방적 발표로 투자자들이 투자 의사를 철회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29일 코스닥시장에서 두올산업은 250원(17.12%) 오른 171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00원대에 머물던 두올산업 주가는 공시가 나온 8일부터 연이어 상한가를 기록하며 3거래일 만에 118.2% 올랐다.

상당수 투자 주체는 개인들이었다. 두올산업은 이후 등락을 반복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처음 공시가 나왔을 때부터 의구심이 들던 종목”이라며 “20일 만에 공시가 번복되면서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