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금융업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오는 11월 출범한다. 네이버페이를 네이버에서 떼어내 새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분사의 이유로 ‘전문성 강화’ 외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금융업계는 네이버페이에서 ‘페이’라는 이름을 떼고 ‘파이낸셜’을 붙인 점에 주목했다. 단순한 간편결제를 넘어 테크핀(기술금융)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란 분석이다. 국내 최대 정보기술(IT)기업의 강점을 앞세워 ‘전례 없는 금융 서비스’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네이버파이낸셜은 어디로신설 법인에는 네이버의 전략적 파트너로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가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1월 1일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한다. 두 회사의 지분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투입될 금액도 5000억원 이상이라고만 했을 뿐 정해지지 않았다.기존 네이버페이는 전자지급결제 대행업, 선불 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업, 결제대금 예치업 및 부수 사업 등을 한다. 즉 네이버페이의 간편결제에 필요한 사업목적만을 두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에 힘입어 국내 간편결제 업체 중 결제액 기준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은 서울시의 제로페이에 참여하고 있을 뿐 카카오페이에 비해 약했다.네이버는 최근 일본 자회사인 라인에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결정했다. 라인페이의 가맹점과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대대적인 오프라인 가맹 영업은 하지 않았다. 간편결제를 내세운 ‘페이’들이 적지 않고, 지난해 모든 결제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비중이 52.0%에 달하는 등 기존 신용카드회사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네이버가 ‘페이’를 떼고 미래에셋과 힘을 합쳐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시키는 건 자산관리, 투자·보험 등 종합금융 서비스로 진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향후 다양한 금융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기존 플랫폼과 연계한 금융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결제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더 큰 그림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중국 ‘위어바오’ 모델네이버는 신설 법인의 미래로 중국 알리바바식 테크핀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핀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언급한 용어다. 금융 주도의 기술을 뜻하는 핀테크가 아니라 기술 주도의 금융을 일컫는다. 상거래에서 시작한 알리바바는 중국의 국민 결제 시스템으로 거듭난 알리페이에 금융을 붙여 더 큰 성공을 거뒀다.알리페이는 2013년 6월에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를 내놨다. 처음엔 알리바바에서 쇼핑하고 남은 알리바바머니 소액을 투자하는 개념이었지만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상에서 1위안의 초소액도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용자 수 3억 명이 넘고 운용자산이 3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MMF로 성장했다. 위어바오는 ‘중국인에게 자산관리라는 개념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하지만 국내 ‘테크(기술)’ 기반 기업들은 ‘핀(금융)’을 붙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은행 임원을 대표이사로 데리고 오거나 금융사 인수에 나서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카카오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고, 페이코가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것도 기술과 금융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증권사는 IT 감각이 부족해 각종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는 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평이 많았다.국내 1위 금융투자사업자인 미래에셋금융그룹과 1등 IT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가 힘을 합친 것은 향후 테크핀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쇼핑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네이버와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다양한 금융 경험을 갖춘 미래에셋이 합치면 ‘제2의 위어바오’ 같은 새로운 금융 상품을 충분히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자회사들이 더 커져 네이버가 잊혀지길 바랍니다."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금융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사진)의 발언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네이버보다 뛰어난 자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현실화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포털 공룡에 이은 '금융 공룡' 탄생 가능성이 점쳐진다.네이버는 사내독립기업(CIC)인 네이버페이를 물적 분할 형태로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신규 법인의 자본금은 50억원. 전략적 파트너 미래에셋이 이 법인에 5000억원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 임시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1일 출범한다.네이버는 금융 사업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분사를 통해 금융 관련 라이선스를 보다 손쉽게 취득하고 규제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네이버는 그간 사내 분사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다. 2015년 웹툰 사업부를 '네이버 웹툰&웹소설' CIC로 전환했고, 이어 '네이버웹툰'이라는 자회사로 분사했다. 2016년에는 사진 애플리케이션 '스노우'를 분사했다. 이번엔 네이버페이를 떼어내 금융업 확장에 본격 나섰다.CIC는 빠른 의사결정구조와 특정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다. 이후 사업성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서면 자회사로 분리한다. 대규모 투자금 유치도 수월해진다. 앞서 분사한 라인게임즈와 스노우도 분사 이후 사모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았다. 네이버페이 분사와 함께 미래에셋의 투자금 5000억원을 유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사업부를 독립회사, 자회사로 키워 내보내는 네이버의 기업문화는 "네이버보다 자회사가 더 뛰어나길 바란다"는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란 평가다.이해진 GIO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 대담에서 "네이버의 좋은 인재들이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립회사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기쁨"이라며 "자회사들이 네이버보다 더 큰 기업이 돼 네이버는 잊히고, 그 회사들의 시작이 네이버였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네이버 역시 지난 1997년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해 1999년 분사된 회사다. 같은해 한국기술투자로부터 자본금 100억원을 유치해 사업을 키웠다.금융투자업계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과 아성에 견줄 수 있는 자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벌써부터 포털 공룡을 뛰어넘는 금융 공룡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전망이 나온다.네이버파이낸셜은 올 3분기부터 예약-결제-포장으로 이어지는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선보인다. 현재 네이버 본사 인근 식당에서 현장결제 서비스 '테이블 오더'를 테스트 중이다. 네이버페이가 보유한 월 1000만 결제자가 강점으로 꼽힌다. 혁신기술로 금융을 선도하는 테크핀(TechFin)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신기술과 함께 사용자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네이버는 이를 바탕으로 대출, 보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전날 컨퍼런스콜에서 기업공개(IPO) 계획까지 밝힌 만큼 앞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네이버파이낸셜 가치를 2조4400억원, 한화투자증권은 2조원으로 추정했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의 분기 거래대금은 3조원을 넘는다. 생활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저력을 충분히 보유했다"며 "네이버페이의 시장 지배력과 테크핀 사업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금융 공룡의 탄생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