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의 상장 공모 청약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올해 초 2 대 1이 안 됐던 스팩 청약 경쟁률은 최근 1400 대 1을 넘어섰다. 출렁이는 증시와 시중 금리 하락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약경쟁률 최고 1431 대 1…자금 몰리는 스팩시장
이달 15일 상장한 이베스트이안스팩1호는 지난 2~3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경쟁률 1431.1 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률이 100%였던 점을 고려하면 모집 금액 12억원에 1조7173억원이 몰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4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스팩 청약이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스팩의 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지난 3월 상장한 유안타제4호스팩은 1.8 대 1에 불과했다. 케이비17호스팩(1.5 대 1), 하이제4호스팩(1.9 대 1), 한화에스비아이스팩(6.7 대 1)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 5월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하며 코스피지수가 다시 급락하자 스팩의 청약 경쟁률이 치솟기 시작했다. 5월 16~17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받은 유진스팩4호가 300.4 대 1을 기록했고, 6월 신한제5호스팩신영스팩5호가 각각 654.5 대 1과 596.8 대 1의 경쟁률로 자금을 모집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로 못해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잘하면 합병 기대에 주가가 급등해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스팩은 보통 3년 내 비상장 우량기업을 흡수합병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데, 합병이 무산돼도 투자자들은 약간의 이자와 함께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금이 보장되다 보니 주가가 공모가(200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점도 공모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베스트이안스팩1호의 24일 종가는 2300원으로 상장일 시초가(3040원)보다 24.34% 낮지만 공모가인 2000원보다는 15.00% 높다. 신영스팩5호도 2150원으로 상장일 시가(4000원)보다 46.25% 하락했지만 공모가 대비 7.50%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 5월 상장한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은 4800원으로 공모가 대비 134.72% 올랐다. 상장 후 스팩을 매수한 투자자라면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공모 투자자는 언제든 차익을 실현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 불안과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자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을 장려하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스팩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근호/김동현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