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달 초 분양가 상한제 시행 추진 의사를 밝힌 이후 건설주들이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분양 물량이 감소해 주택부문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조정 받는 건설株들, 지금이 저가 매수 적기"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건설업종지수는 지난 19일 101.87로 마감해 이달 들어 10.4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70%)에 비해 낙폭이 훨씬 크다. 시공능력 평가순위 5위권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이달 등락률 -2.40%) 현대건설(-13.89%) 대림산업(-7.82%) GS건설(-13.75%) 대우건설(-8.40%) 등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은 주요 건설주 ‘팔자’에 나서고 있다. 7월 들어 외국인은 현대건설(620억원 순매도) 태영건설(83억원) 대우건설(62억원) 등을, 기관은 현대건설(410억원) 대림산업(350억원) GS건설(330억원) 등을 많이 팔았다.

과거에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발표된 이후 요즘과 비슷한 주가 흐름이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반에 건설·공급되는 모든 공동주택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1·11 대책이 발표된 2007년 1월이 대표적이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07년 1·11 대책 발표 후 1개월 만에 건설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이 1.5배에서 1.3배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빠르게 반등해 그해 10월엔 PBR 2.7배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현대차증권은 2007년 건설주 반등 요인으로 △택지비 탄력 적용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 감소 △상한제 시행에 따른 밀어내기 분양 증가 △얼마 남지 않았던 대통령 선거 이후 건설투자 증가 기대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확대 네 가지를 꼽았다.

증권업계에선 이 같은 과거 사례와 주요 건설주의 최근 실적 개선 추세, 기준금리 인하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이 건설주 저가 매수 타이밍이란 분석이 나온다. 성 연구원은 “2007년과 달리 지금은 미분양 물량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데다 당시와 다르게 금리 인하 국면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30만 가구로, 지난해(33만 가구)보다 9.0%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6만 가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실적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란 평가다. 지난달 말 0.8배였던 건설업종 PBR은 최근 0.7배로 떨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9870억원으로 지난해(8400억원)보다 17.5% 많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책이 구체화될수록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낙폭을 회복할 것”이라며 “지금은 하락률이 컸던 종목을 중점적으로 매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