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모든 것이 금은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 속 대사다. 투자의 대가 5회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드래먼은 이 격언을 주식시장에서 장장 40년에 걸쳐 증명해온 투자 구루다. 남들이 외면하는 종목에 투자하면서 오히려 시장에서 각광받는 성과를 낸 것이다.
드레먼은 주식시장의 참여자들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드레먼은 시장이 투자자들의 피로 질척거릴 때, 즉 금융위기와 같이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져 좋은 주식이 저평가될 때가 매수의 적기라고 봤다”며 “드레먼은 투자자가 시장의 추세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보다 기존에 세워둔 기준에 맞는 종목이 나타나면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역발상 투자전략’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드레먼은 시장에서 주목받는 종목일수록 내재가치에 대한 평가가 낙관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장에서 소외돼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고 제 가치를 찾을 때까지 장기투자할 것을 강조했다. 저평가되는 종목을 찾기 위한 기준으로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주가현금흐름비율(PCR:주가/주당현금흐름),주가배당비율(PDR:주가/주당배당금) 등을 거론했다.
드레먼은 성과로 자신의 투자 철학을 증명했다. 그는 1977년에 드레먼밸류매니지먼트를 설립해 오늘날까지 약 4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운용하며 연평균 15.2%의 수익률을 거뒀다. 드레먼은 지금도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역발상 투자는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증시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은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드레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2002년 이후 한국 증시에서 모의투자를 진행했다. ‘드레먼 포트폴리오’는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가운데 PER,PBR,PCR,PDR 4개 지표가 하위 30%에 속한 종목들에 각 지표별로 1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후 주당순이익의 증가율이 상위 50%에 속하고 유동비율이 100% 이상, 부채비율이 하위 50%인 종목들 가운데 가산점 상위 2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홍 교수는 “역발상 전략의 최대 위험은 회계 부정이나 부채 과다 등의 이유로 존속이 위험한 기업들이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조건은 이런 실수를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드레먼 포트폴리오는 수익률과 안정성을 모두 만족시켰다. 2002년 이후 총 수익률은 617%다. 연환산 복리수익률은 21.09%다. 홍 교수는 “드레먼 포트폴리오는 2008년이나 2018년 같은 약세장에서 손실률이 코스피200에 비해 덜하다”며 “2003년에 40%, 2008년에는 60%의 수익률을 거두는 등 조정 이후의 반등장에서 강한 방어적인 모습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드레먼의 투자전략을 모방할 때 자의적으로 매도 시점을 판단하기보다는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것으로 강조한다. 홍 교수는 “적정가격을 개인 투자자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매년 PER 등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면 그때 그때 가장 싼 주식들을 보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장이 고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한 성장주 장세일 때 역발상 투자가 큰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은 한계로 거론된다. 홍 교수는 “최근 드레먼의 전략을 추종하는 펀드들이 미국 시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성장주 장세의 주도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가의 투자법 4회의 주인공 제시 리버모어는 투자 성과만큼이나 굴곡진 인생사로 회자된다. 리버모어는 1929년 세계 대공황 때 적극적인 공매도를 통해 10월 주가 대폭락 동안 현재 가치로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벌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리버모어의 몰락은 그의 비상만큼이나 극적이었다. 그는 주식투자 실패로 네 번 파산했으며 1940년 11월에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어떤 투자전략을 구사했기에 리버모어는 이토록 극적인 성적표를 받았을까. 대가의 투자법 공동 진행을 맡은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리버모어의 투자전략을 “많이 올랐다고 해서 못 살 것도 없고, 많이 빠졌다고 해서 못 팔 것도 없다”고 설명한다. 시장의 추세에 따라 상승하는 종목은 추가매수하고, 내려가는 종목은 공매도로 대응하는 ‘모멘텀 투자’의 대부로 알려져있다.모멘텀 투자는 대가의 투자법 앞선 회차에서 소개한 버핏과 그린블라트 등으로 대표되는 ‘가치투자’ 철학과 주식시장에서 양대 투자 전략 구도를 형성한다. 홍 교수는 “가치투자자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하고 내재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매수해 정상가치를 찾기를 기다린다”며 “반면 모멘텀 투자는 과연 기업의 내재가치라는 게 존재하는지, 존재할지라도 투자자가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투자자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면 주가의 추세 혹은 기업 이익의 추세를 철저히 추종하자는 것이 모멘텀 투자전략의 골조다. 리버모어는 그 중에서 주가의 추세를 추종하는 ‘절대 모멘텀’ 전략을 주로 구사했다. 홍 교수는 “리버모어는 시장에 대한 판단을 항상 강조했다”며 “아무리 당신이 판단한 종목이 상승추세를 타고 있고 모멘텀이 강하게 형성됐더라도 시장 자체가 약세장이라면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모멘텀 투자자에게는 종목의 추세와 시장의 추세를 동시에 파악하고, 추세에 변동이 생기거나 본인의 판단에 착오가 있었다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홍 교수는 강조한다. 보유한 종목이 내재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뚝심있게 기다릴 것을 강조하는 가치투자자와는 상반되는 능력이 요구되는 셈이다.시장에서 주가 상승폭이 가장 큰, 달리 말하면 시장에서 가장 비싼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리버모어의 투자전략은 높은 수익률과는 요원해 보인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들은 리버모어처럼 적극적인 공매도 포지션과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어렵다.하지만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백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리버모어의 절대 모멘텀 전략은 지금까지 소개한 대가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2002년 이후 누적 수익률 1075%, 연환산 복리 수익률로는 25%다. 홍 교수는 “절대 모멘텀 전략은 상승장의 주도주를 잡는데 특화됐다”며 “2007년이나 2009년, 2017년과 같은 상승장에서 어마어마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반대로 절대 모멘텀 전략은 약세장이거나,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돌아서는 전환기에서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모습을 보였다. 2008년에 리버모어 포트폴리오는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가 38% 하락하는 동안 41%의 손실을 냈다. 모멘텀 전략이 최종 수익률은 높지만 동시에 MDD(수익률의 최고점과 최저섬 사이의 거리)도 큰, 그야말로 ‘화끈한’ 전략이라는 점을 백테스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리버모어 포트폴리오는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 가운데 지난 12개월의 수익률을 바탕으로 상위 20개 종목에 투자했다. 모멘텀 전략 특성상 종목의 상승률을 발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밸런싱(종목 교체)는 분기마다 진행했다.투자자가 리버모어의 수익률을 모방하면서도 리버모어의 비극적인 개인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분산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홍 교수는 전통적인 리스크 헷징 수단인 자산 배분(채권이나 달러 자산 등 안전 자산을 분할 보유하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도 일종의 안전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가치투자 전략과 모멘텀 전략은 모두 매력적인 전략이지만 동시에 수익률이나 종목 가격의 방향이 상당히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며 “연기금들이 그러듯 주식투자 내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전략들을 배분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전범진/강영연 기자 forward@hankyung.com
대가의 투자법 3회의 주인공 피터 린치는 ‘월가의 영웅’이라는 별명으로 증권업계에서 널리 알려졌다. 그는 1977년부터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마젤란 펀드를 운용해 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1990년까지 16조원 규모로 키웠다. 이 기간 마젤란 펀드의 수익률은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의 두 배였다. 절정의 순간, 린치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다.‘영웅’이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린치는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이 외면하는 중소형 종목 가운데 숱한 ‘10루타’(10배 수익 종목)를 발굴해냈다.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펀드매니저는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므로 덜 알려진 중소형주보다 투자가 활발한 대형주에 집중하기 쉽다”며 “남들이 외면하는 업종과 종목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린치는 탁월한 성장주 투자자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성장주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린치는 기업의 성장세를 주목했다. 주당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종목들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되는 기업을 선호했다. 합리적인 성장주를 가려내기 위해 린치는 주가이익성장비율(PEG: PER(주가수익비율)/EPS(주당순이익)증가율)이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린치는 경기 상황에 따라 기업의 실적 변동성이 큰 경기순환주 투자에 특히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홍 교수는 “린치는 평소 적극적인 기업 탐방과 업종 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특정 업종이 바닥을 찍고 올라온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 투자해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며 “배관공이나 주물공처럼 한 산업에 오래 종사한 인물이 펀드매니저보다 관련 업종 투자에서는 뛰어나다는 것이 린치의 투자 철학”이라고 설명했다.린치는 펀드매니저 경력이 미 증시의 강세장과 겹쳤던 탓에 약세장이나 박스권 장세에서 검증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1980년대 미국에서 소비주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구사했기에 오늘날 한국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이 린치의 전략을 토대로 코스피200 종목들을 대상으로 모의투자한 결과, 2002년 이후 ‘린치 포트폴리오’는 연평균 19.1%의 수익을 냈다. 누적 수익률은 394%다. 이 기간 코스피200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14.0%였다.홍 교수는 “린치 포트폴리오는 가격상승 탄력이 강한 화끈한 매력을 가졌다”며 “2003년에는 연평균 132.2%의 냈는데, 이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34.9% 올랐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성장주 스타일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 투자자들이 특히 관심을 둘 만하다“고 덧붙였다.‘린치 포트폴리오’는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들 가운데 PEG 0.5 이하, PER 50배 이하, 과거 3년 EPS 증가율 25% 이상, 부채비율 100% 이하, 최근 3년 매출 증가율이 최근 3년 재고자산 증가율보다 높은 기업 가운데 PEG가 낮은 순으로 20개 기업으로 구성됐다. 매년 4월에 전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1회 종목을 교체했다.홍 교수는 피터 린치에 대해 ‘좋은 펀드매니저’를 넘어 ‘좋은 스승’이라고 말한다. “린치는 저서를 통해 후배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실생활에서 종목을 찾으라는 조언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범할 법한 실수나 편향들을 짚어준다”며 “린치처럼 성장주 중심의 투자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주식투자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전범진/강영연 기자 forward@hankyung.com
전설의 투자자 조엘 그린블라트의 ‘마법 공식’으로 주식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헤지펀드 고담캐피탈의 창립자인 그린블라트는 이익수익률과 자본수익률, 딱 두 지표만 활용해 20년간 연평균 약 24%의 고수익을 올렸습니다. 그 마법의 비밀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