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공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에 따른 누적 벌점이 1년간 15점을 넘으면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절차에 들어가면서다. “누적 벌점이 10점 안팎이면 갑작스럽게 퇴출 위기에 놓일 수 있어 투자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불성실공시 '지뢰밭'된 코스닥시장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콘텐츠 제작업체 레드로버는 이날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채 상장폐지 실질심사 절차를 밟게 됐다. 전날 장 마감 후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벌점 9점을 받으면서 누적 벌점이 21.5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레드로버는 지난달에도 두 차례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벌점 12.5점을 받았다.

앞서 지와이커머스 파인넥스 비츠로시스 KJ프리텍도 각각 불성실 공시법인 누적 벌점이 15점을 넘어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미 퇴출 사유가 발생한 파인넥스 비츠로시스 KJ프리텍 등과 달리 지와이커머스와 레드로버는 불성실 공시 리크스(위험)만으로 갑작스럽게 거래가 중단된 사례다. 레드로버 주가는 전날 6.64% 오른 채 장을 마쳤다.

거래소는 코스닥 기업에 한해 불성실 공시법인 관련 실질심사를 가동하고 있다. 불성실 공시법인은 공시 누락이나 불이행, 번복 등 다양한 사유로 지정된다. 레드로버는 전날 전환사채(CB) 발행 결정을 철회하면서 제재를 받았다.

불성실 공시 벌점은 위반 동기와 중요성에 따라 주어진다. 고의성이 있으면 위반 수준에 따라 6~10점을 부과한다. 중대한 과실은 4~7점, 통상의 과실은 2~6점 수준에서 결정된다.

가중 점수를 감안해도 건당 벌점은 최대 12점을 넘길 수 없다. 보통 4~8점이 부과된다. 통상적으로 세 차례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돼야 15점을 넘지만 심각한 사안이라면 두 차례만으로도 실질심사 절차가 발동되기도 한다.

“불성실 공시 리스크는 투자자들이 충분히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거래소가 불성실 공시법인 벌점 심사에 앞서 지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로버도 지난달 21일 CB 발행 취소 관련 지정 예고 공시가 나왔다.

이에 대한 부과 벌점은 공시되지 않았지만 직전까지 누적 벌점이 12.5점이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이면 실질심사 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다. 레드로버 주가는 지정 예고 이후 46% 급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누적 벌점이 10점 안팎에 이르는 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누적 벌점이 10점 안팎에 이르는 곳이 적지 않다. 8점을 넘는 회사는 매직마이크로(12.5점) 인터불스(12점) 포티스(11점) 이에스브이(10점) MP한강(9점) 스킨앤스킨(9점) 아이엠텍(9점) 제일제강(9점) 유테크(8.5점) 등 9곳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누적 벌점이 많은 기업에 대해 선제적으로 투자를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