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홍콩 등에 지주회사를 둔 중국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없도록 하는 상장규정 개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韓 증시 진출 사실상 막힌 중국 기업
지금까지 코스닥에 입성한 중국 기업이 모두 해외 지주사를 상장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기업의 한국 증시 상장 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규칙을 지난달 말 일부 개정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외국 회사의 지주회사 상장은 지주회사가 한국에 있을 때만 허용된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규정상 ‘적격해외증권시장’으로 분류되는 나라의 회사들은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외국 사업회사(적격해외증권시장 제외)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선 국내외 대형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하도록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 회사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적용을 받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국내에 지주회사를 두면 국적상 한국 기업이 되기 때문에 외감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은 모두 홍콩 등 해외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이 회사를 지주사로 삼아 코스닥에 상장했다. 유력 중국 기업이 해외에 직접 상장하려면 중국당국의 규제를 받아야 했던 탓이다. 현재 국내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 13곳은 모두 홍콩과 케이맨제도 국적이다.

문제는 한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분식회계, 고의 상장폐지, 관리부실 등의 사유로 퇴출당하는 일이 잦았다는 점이다. 2007년 화풍방직이 중국 기업으로 처음 한국 증시에 입성한 뒤 모두 중국 기업 24개가 상장했다.

이 중 11개가 상장폐지됐다. 올 들어서도 차이나그레이트·이스트아시아홀딩스가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증권업계에선 한국 증시 상장을 원하는 중국 기업의 진입이 사실상 막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의 해외 기업 기업공개(IPO) 담당 이사는 “한국에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은 한국 외감법 적용에 따른 비용 문제로 중국 회사가 채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회계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자칫 해외 증시에 중국 기업을 모두 뺏겨 국내 투자자들이 성장성 높은 해외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IPO 관계자는 “한국 상장을 노리던 중국 회사가 대부분 홍콩증시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