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4일 오후 3시11분

[마켓인사이트] 플리토 수요예측 1133대 1 '흥행대박'
국내 1호 사업 모델 특례 상장에 도전하는 언어 빅데이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플리토가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에서 ‘역대급’ 경쟁률을 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오는 1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간편현금결제 업체 세틀뱅크에 이어 플리토도 수요예측에서 10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쓰면서 공모주 시장에 ‘서머 랠리’ 기대를 높이고 있다.

플리토는 지난 1~2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133.0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4일 발표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최근 7년간 공모주 수요예측 경쟁률 중 최고다.

공모기업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긴 사례는 지난 3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의료 정보기술(IT) 업체 이지케어텍(수요예측 경쟁률 1108.03 대 1)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세틀뱅크(1122.06 대 1) 등으로 드물다.

플리토의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 1272곳이 참여했다. 이 중 99.6%(참여수량 기준)가 2만3000원 이상을 적정 공모가로 써냈다. 수요예측 참여 물량의 22%가 상장 후 최소 15일에서 최대 6개월 동안 보호예수하겠다는 조건을 걸며 더 많은 공모주를 받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이 결과 플리토는 희망가격 범위(1만9000~2만3000원)를 웃도는 2만6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플리토의 예상 시가총액은 1344억원이다.

플리토의 주요 사업인 언어 빅데이터의 생성·판매 수요가 커질 거란 기대가 이번 수요예측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공모주시장에서 대표 성장업종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바이오 업종을 둘러싼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성장 기대가 있는 다른 업종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주 급락 등으로 유통시장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기관투자가들이 성장성 기대가 살아 있는 공모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6월 설립된 플리토는 언어 빅데이터를 생성해 판매하는 벤처기업이다. 자연어 기반 인공지능(AI) ‘빅스비’를 서비스 중인 삼성전자와 AI 스피커 ‘카카오미니’ 등을 내놓은 카카오가 대표적인 고객사다. 해외 고객사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중국 텐센트, 바이두 등이 있다. 지난해 매출 35억원에 영업적자 17억원, 순적자 38억원을 냈다. 플리토는 오는 8~9일 일반 공모주 청약을 받은 뒤 1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IB업계에선 플리토의 흥행이 최근 침체된 공모주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화장품용기 제조회사 펌텍코리아는 공모가(19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15만2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일 코스닥에 입성한 2차전지 부품제조사인 에이에프더블류 주가(2만1600원)도 공모가(2만2500원)를 밑돌고 있다.

플리토에 이은 사업모델 특례상장 시도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업모델 특례상장이란 독특하고 성장성이 있는 사업을 하는 기업에 코스닥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다. 어린이 콘텐츠 전문업체인 캐리소프트가 2호 사업모델 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