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에 돈을 맡기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외화 RP는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 표시 채권을 미리 약정한 가격에 다시 매수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달러 강세로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환전 수수료도 싸 해외 여행비나 유학자금을 넣어두려는 수요도 많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5월 달러 RP 하루 평균 매입 잔량은 2조52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잔량(1조9756억원)보다 28% 늘었다. 매입 잔량은 환매가 돌아오지 않은 RP 거래 잔액 규모를 나타낸다. 그만큼 거래가 활발하다는 의미다.

달러화를 단기간 안전하게 예치하면서 연 2~3% 이자 수익을 누리려는 투자자가 늘었다. 외화 RP의 금리는 연 2~3%로 연 1%대 수준인 외화예금보다 높다. 외화 RP는 일정 시점이 지난 뒤 해당 외화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약정형과 해당 외화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수시형으로 나뉜다. 금리는 약정형이 더 높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외화 RP 수시입출금형 금리를 1.6%에서 2.0%로, 약정형의 금리를 2.4%에서 2.8%로 인상했다.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보유한 달러를 활용하기 위해 이 상품을 찾기도 한다. 원화로 가입하면 증권사가 달러로 환전한 뒤 운용하면서 확정금리를 준다. 올 들어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외화 RP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유학이나 해외여행용 자금을 예치하는 고객도 있다. 투자 기간이 짧고 원금과 이자 수익이 달러로 지급된다는 이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환전 수수료도 은행보다 50% 이상 저렴하다. 정상철 한국투자증권 멀티스트레터지 운용부장은 “수출입 대금 등 외화결제가 잦은 법인이나 해외투자, 혹은 유학 자금을 마련하는 개인들이 외화 RP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