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와 묵시적 합의 땐
자본시장법령 위반 소지"

'백기사 역할' 견제 의도
한진칼(58,700 +0.17%)의 2대 주주인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가(家)의 ‘백기사’로 깜짝 등장한 미국 델타항공에 한진칼 지분 취득 의도를 묻는 질의 서신을 보냈다. 델타항공이 KCGI와의 지분 경쟁에서 수세에 몰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칼 지분취득 목적 밝혀라"…강성부 펀드, 델타항공에 서신

KCGI는 델타항공 이사회에 지난달 28일 서신을 송부하고 한진칼 지분 취득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물었다고 1일 밝혔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1일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분율을 1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당시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로 노선 조인트벤처(합작사) 가치를 기반으로 한 대한항공(27,200 +0.55%)과의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한 KCGI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와 관련해) 한국 시장에서 부정적인 우려가 존재한다”며 “총수 일가와 묵시적으로라도 합의한 사실이 있다면 자본시장법령 위반 소지가 있음을 델타항공 측에 알렸다”고 설명했다. 총수 일가의 한진칼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는 대가로 다른 이득을 취하는 이면 합의가 있다면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KCGI는 델타항공에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둘러싼 각종 사건의 진행 상황을 알고 있는지도 물었다. 국내에서 논란을 일으킨 총수 일가의 폭언과 폭행 혐의, 관세법 위반 혐의 등 그룹 이미지를 훼손한 사건을 알고도 지원했다면 그 배경을 따져 묻기 위한 의도다.

KCGI는 지난해 11월 15일 한진칼 지분 9.00%를 취득했다고 공시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한진칼 주가는 KCGI의 경영 참여 선언 당일 2만4750원에서 지난 5월24일 최고 4만64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델타항공의 지분 투자 발표를 계기로 분위기가 급반전해 이날까지 7거래일 동안 26.0% 하락했다. 한진칼 주가는 이날 100원(0.33%) 떨어진 2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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