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재매각을 두고 웅진그룹 인수 자금 조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웅진의 재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익만을 추구하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견된 웅진코웨이 재매각"…한투證 책임론 솔솔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 데 들인 1조9835억원 중 80%에 달하는 1조6000억원을 한국투자증권이 댔다. 1조1000억원은 인수금융(인수합병용 대출) 지원, 5000억원은 웅진씽크빅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데 투입했다. 웅진그룹이 투자한 3735억원마저도 2000억원 이상이 차입금으로, 웅진그룹이 직접 부담한 자금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웅진씽크빅의 이자 비용 연 521억원을 합쳐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인수로 인해 해마다 부담해야 하는 금융 비용은 1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대출 규모에 비해 웅진그룹 자금 사정은 녹록지 않은 편이다. 웅진씽크빅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41억원에 머물렀다. 웅진코웨이로부터 받는 배당 수익도 연간 6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인수금융과 CB 만기가 각각 5년, 8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기간 내 1조6000억원의 원금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웅진코웨이 재매각은 예고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투자은행(IB)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예견된 웅진코웨이 재매각"…한투證 책임론 솔솔
주변 우려에도 한국투자증권이 거액의 투자에 나선 이유는 1조1000억원의 인수금융 주선으로 연간 120억원이 넘는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웅진코웨이 거래 종결 시점까지 웅진씽크빅 CB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직접 CB를 인수하는 무리수까지 둔 이유다. 인수금융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빌려줄 때 인수 대상 회사뿐 아니라 인수자의 자금 상환 능력을 고려해야 하지만 웅진코웨이 인수금융에서는 이 같은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웅진코웨이 재매각 주관사를 맡은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웅진그룹의 최대 채권자인 한국투자증권은 웅진코웨이가 1조7000억원 이상에만 팔리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 대출금에 이자 비용과 수수료를 합한 금액이다. 반면 코웨이를 인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빌린 돈 2000억원 이상을 갚아야 하는 웅진그룹은 2조원 이상을 못 받으면 그룹 재무 상황이 어려워진다.

IB업계 관계자는 “어떻게든 가격을 더 받아야 하는 웅진그룹과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고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 한국투자증권의 이해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동훈/정영효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