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업이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낮은 이자비용으로 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회사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행금리가 크게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28일 3년 만기 회사채 600억원어치를 연 1.739%의 금리로 발행했다. 이 회사를 포함해 6월에만 SK종합화학 롯데제과 호텔롯데 예스코홀딩스 KB증권 등 여섯 곳이 기준금리(연 1.75%)보다 낮은 금리로 만기 3년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기업들이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한 것은 2014년 10월 LG디스플레이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확신하는 시장 분위기가 회사채 금리를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낮은 국고채 금리에 실망한 기관투자가들이 부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금액은 사상 최대인 30조305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들 "금리 떨어질때 자금 싸게 빌리자"…올들어 회사채 발행 30兆 '사상 최대'
기업들이 초저금리로 장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 절차를 거친 발행액이 반기 기준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들은 기대를 웃도는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처음 계획한 것보다 평균 50% 많은 발행금액을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공모 조달
30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은 모두 143차례(만기별로 264종)에 걸쳐 회사채 30조305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2012년 수요예측 제도 시행 이후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금액이다. 작년 상반기(약 25조원)와 비교하면 20% 넘게 늘어났다. 작년 하반기는 18조원 수준이었다.
국고채 대비 높은 이자수익을 노린 기관의 적극적인 회사채 매수 열기가 필요 이상의 조달을 자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들이 회사채 신고서를 통해 목표한 모집금액은 20조1750억원이었다. 하지만 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써낸 금액의 합계는 90조780억원으로 평균 경쟁률이 처음으로 4 대 1을 웃돌았다.
조달 기업은 대부분 우량 대기업그룹 계열사였다. 신용등급별로 상위 세 번째인 ‘AA’ 회사채 발행금액이 가장 많은 8조5200억원으로 전체의 28.1%를 차지했다. ‘AA+’와 ‘AA-’까지 합친 AA급 기업 회사채는 20조1850억원으로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다.
기업별로는 LG화학이 가장 많은 1조원어치를 지난 3월 발행했다. SK하이닉스가 5월에 9800억원어치, CJ제일제당과 현대제철은 1월에 7000억원어치씩을 발행해 공동 3위에 올랐다. 한 번에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기업만 16곳이었다.
더 위험한 영역으로
더 많은 고정수익을 원하는 기관의 수요는 최근 신용등급이 더 낮은 A급 회사채와 장기채 투자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 우량채 금리가 국고채에 이어 기준금리마저 밑돌기 시작하면서 만족스러운 이자 수익을 얻기가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A’ 회사채 3년물 평균 발행(유통)금리는 최근 연 1.80% 수준으로 기준금리와 0.05%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과거 투자 기피 업종이던 해운업과 건설업 채권도 흥행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 28일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2.3% 금리에 발행했다. 모집금액 500억원에 4000억원어치의 ‘사자’ 주문이 몰리면서 앞서 제시했던 희망금리(연 2.4~2.8%)를 크게 밑도는 수준에 발행을 확정했다. 신용등급이 ‘BBB+’로 더 낮고 건설업 비중이 큰 (주)두산도 18일 모집금액(300억원)의 3.5배(1060억원) 수요를 모았다.
‘묻지마 사자’ 경계
금융투자업계에선 낮은 등급 회사채로 ‘묻지마 투자’가 확산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부진과 실적 악화가 기업 신용을 떨어뜨릴 경우 회사채값 하락으로 큰 손실을 떠안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흥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급 회사채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외 경기 부진을 고려해 회사채 투자도 경기 방어적으로 접근하는 게 안전하다”며 “여전히 채권 가격의 추세적 강세(금리의 하락) 기대가 존재하지만, 기업이나 산업별 신용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안전한 A급 회사채 추천 종목으로는 한화(A+) CJ프레시웨이(A) 풀무원식품(A-) 등을 꼽았다.
사모펀드(PEF)가 주도한 거래가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을 흔들었다. M&A 자문시장도 PEF들의 대형 거래에 따라 순위가 갈렸다.유럽계 증권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2분기 최대 규모였던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의 재무자문을 맡아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계 증권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홍콩계 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대리해 국내 1위 의약품 도매업체 지오영의 매각을 성사시켜 2위로 뛰었다.주식발행시장(ECM)에선 NH투자증권이 수위를 차지했다. 채권발행시장(DCM)에선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경합한 끝에 KB증권이 1분기에 이어 1위 자리를 수성했다.PEF가 주무른 M&A 시장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에프앤가이드와 공동으로 2019년 상반기 기업 M&A 실적을 집계한 결과 CS가 총 5건, 5조430억원어치 거래(바이아웃·발표기준)를 자문해 M&A 재무자문 부문 1위에 올랐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수위를 지키며 독주 체제를 갖췄다.CS는 롯데카드 매각(거래 규모 1조3810억원)에서 MBK파트너스의 인수자문을 맡았다. 글로벌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내놓은 세계 1위 자동차 전지용 동박업체 케이씨에프티테크놀로지(KCFT) 거래(1조2000억원)에선 SKC의 인수자문을 담당했다. 동부제철 매각(3600억원)은 인수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시장 예상을 깨고 KG스틸-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에 매각을 성사시켰다. CS는 2017년 이경인 IB대표 체제를 갖춘 뒤 해마다 굵직한 거래를 도맡으며 업계 최고의 M&A 하우스로 평가받고 있다.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등 롯데그룹 금융계열사와 지오영 매각자문을 맡아 2위를 꿰찼다. 상반기에 4건, 4조3164억원의 자문 실적을 올렸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가격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1조3810억원, 3734억원으로 성공적인 거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오영 매각 가격도 1조619억원으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법률자문 분야에선 2분기에만 3건의 조(兆) 단위 거래를 자문한 김앤장법률사무소가 1위였다. 상반기 총 23건, 7조8397억원의 자문실적을 올렸다. 롯데카드, KCFT 매각 자문을 맡았다. 지오영 거래에선 글로벌 PEF 블랙스톤을 대리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금액 기준(7조7270억원)으로는 김앤장에 아깝게 뒤졌지만 자문 건수(34건)는 압도적으로 많았다. 1분기 1위를 차지한 태평양은 3위로 밀렸다.회계자문 분야에선 삼정KPMG(삼정)가 11건, 5조1694억원의 실사를 맡아 간발의 차로 딜로이트안진(안진)을 제치고 선두에 섰다. 삼정은 2분기 M&A 시장을 흔든 롯데카드(1조3800억원)와 롯데손해보험(3734억원) 매각에서 인수자로 낙점된 MBK파트너스와 JKL파트너스를 각각 자문해 ‘역전극’을 썼다.NH증권, ECM 선두 질주NH투자증권은 8건(7610억원)을 주관하며 ECM 리그테이블 1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IPO 최대어(공모가 기준 기업가치)였던 현대오토에버를 비롯해 일본게임기업 SNK, 에이에프더블류, 드림텍 등의 상장을 대표주관했다. 상반기 최대 규모 유상증자로 기록된 두산중공업 증자에서도 공동 대표주관사 역할을 했다.2위는 4건(2948억원)을 대표주관한 한국투자증권에 돌아갔다. 한국투자증권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의 공동 대표주관, 수젠텍과 노랑풍선의 코스닥 상장 대표주관을 맡았다. 3위는 웅진씽크빅 유상증자와 압타바이오, 아모그린텍, 셀리드의 코스닥 상장을 성사시킨 삼성증권이었다.KB·NH증권, DCM 분야 혈투KB증권은 올 상반기 총 229건, 10조8471억원어치 채권(특수채·은행채 제외) 발행을 대표 주관하며 DCM 분야 1위를 지켰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1위), 일반회사채(2위), 자산유동화증권(ABS·4위) 등 모든 DCM 분야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이 중 일반회사채 부문에선 에쓰오일(4000억원) SK(주)(3400억원) 등 대규모 채권 발행을 잇달아 맡았다.NH투자증권이 184건, 9조1091억원 규모 채권 발행을 대표 주관해 뒤를 이었다. 한온시스템(6000억원), 대우건설(1000억원) 등 채권 발행을 단독으로 맡아 성과를 냈다.이동훈/이고운/김진성/황정환 기자 leedh@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6월 27일 오전 11시26분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이 커지면서 PEF 운용사들이 인수한 기업 운영을 자문하는 오퍼레이션(운영) 컨설팅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운영 전문 컨설턴트를 구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전문인력 숫자는 크게 부족해 인력 쟁탈전까지 나타나고 있다.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글로벌 컨설팅사와 EY한영 등 대형 회계법인들은 잇달아 PEF 전문 컨설팅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BCG는 최근 PEF 전담 조직을 새로 구성했다. PEF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맥킨지는 업무영역을 전략 컨설팅에서 운영 컨설팅으로 넓혔다. 회계법인 가운데는 EY한영이 운영 컨설팅 전담팀을 꾸렸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 PwC삼일회계법인과 기술 전문 컨설팅 회사 AT커니도 관련 인력을 영입해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이 PEF 전문 컨설팅에 앞다퉈 뛰어드는 건 PEF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초대형 M&A 10건 가운데 9건이 PEF 관련 거래였다.수요는 느는데 운영 컨설팅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통적인 전략 컨설팅 업무가 시장 동향 파악, 전략 방향 수립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재무·기획 전문가의 몫이라면 PEF 운영 컨설팅은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점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현장 운영방식을 바꿔나가는 게 주 업무다.하지만 제조업 현장 실무를 아는 사람은 컨설팅을 잘 못하고, 컨설팅을 하는 이들은 현장 실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양쪽을 고루 배우고 경험해본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둘 다 할 수 있는 인재를 갖춘 회사에 시장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배경이다.대표적인 곳이 토종 컨설팅 업체 룩센트다. 이 회사는 ‘공장밥’ 먹어본 컨설턴트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 회계법인들을 누르고 최근 운영 컨설팅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공학박사 출신인 장준호 룩센트 수석컨설턴트는 작년 말부터 여러 회계법인으로의 이직을 제안하는 헤드헌터의 연락을 일곱 차례나 받았다. 장 수석은 “여기저기서 룩센트 출신을 우대하니 한번 만나보라는 연락이 쏟아져 업무를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스카우트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법정 분쟁 직전까지 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룩센트는 최근 공격적으로 운영 컨설팅 업무를 확장하는 EY한영의 영국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EY한영이 영입한 룩센트 임직원 일부가 고객 정보가 담긴 회사 자료를 빼내갔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해당 임직원들이 ‘룩센트에서 가져간 자료를 파기하고 업무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서야 분쟁이 무마됐다. EY한영 관계자는 “인력 스카우트 업체가 룩센트 소속 임직원과 접촉한 사실을 알고 룩센트 인력을 선발할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전달했다”고 말했다.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6월 26일 오후 8시15분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다시 매물로 내놓는다. 지난 3월 MBK파트너스로부터 웅진코웨이를 되사들인 지 3개월 만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웅진코웨이 매각 작업에 나섰다. 국내외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다.웅진코웨이는 2013년 웅진그룹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MBK파트너스에 팔렸다. 웅진그룹은 지난해 10월 국내 대형 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웅진코웨이 인수에 나서 올 3월에 되사는 데 성공했다.웅진그룹이 불과 3개월 만에 코웨이를 다시 팔기로 한 건 자금 사정이 얼어붙고 있어서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되사는 데 약 2조원을 썼다. 이 가운데 1조6000억원을 빚으로 조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조1000억원을 대출했고, 웅진씽크빅이 5000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빚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또 다른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여파로 그룹 지주회사인 (주)웅진의 신용등급이 ‘BBB-’로 떨어지면서 자금 조달에 경색 조짐이 나타났다.시간을 끌다가 자금줄이 막혀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우려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코웨이 인수금 2兆 중 1.6兆 빚으로 조달…"자금 악화 부메랑 될라" 선제적 구조조정지난 3월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매각한 지 6년 만에 되사들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에 생활가전 렌털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며 ‘세일즈맨 성공 신화’를 썼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승부수였다.웅진코웨이 인수로 웅진그룹 자산은 2조5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웅진씽크빅, 웅진렌탈의 방문판매 인력(1만3000명)과 코웨이 인력(2만 명)을 합쳐 3만3000명의 방문 판매망을 구축했다.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웅진은 코웨이 인수를 위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MBK파트너스로부터 웅진코웨이를 사들이는 데 들어간 자금은 1조7000억원. 여기에 3000억원가량을 추가 투입해 보유지분을 25.08%로 늘렸다.코웨이 인수자금 2조원 가운데 웅진그룹의 자체 자금은 4000억원이었다. 나머지 1조6000억원이 모두 빚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이 1조1000억원을 인수금융(인수합병용 대출) 형태로 빌려줬고 웅진씽크빅이 전환사채(CB) 5000억원을 발행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웅진씽크빅 인수를 위한 펀드를 만들어 CB 5000억원을 인수할 예정이었다.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계획에 균열이 생겼다. 태양광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올 3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어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지난달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다는 판정을 내리면서 웅진에너지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이 여파로 그룹 지주회사인 (주)웅진의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등급인 ‘BBB-’로 떨어졌다.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룹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웅진그룹은 선택에 내몰렸다. 웅진코웨이를 끌어안고 가느냐, 파느냐의 기로에 섰다. 웅진의 선택은 ‘선제적 구조조정’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은 6년 전인 2013년 계열사 매각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그룹 전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제적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웅진코웨이를 팔면 웅진그룹이 부채를 갚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웅진코웨이를 팔아 1조6000억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서둘러 웅진코웨이를 매각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면 가격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인수작업을 함께 진행한 스틱인베스트먼트 및 한국투자증권과의 책임 분담도 쟁점으로 남는다.웅진그룹 측 관계자는 “최근 웅진렌탈을 팔아 500억원을 마련한 데다 가격이 1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웅진북센도 매각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채를 갚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웅진코웨이의 새 주인은 PEF 운용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조(兆) 단위 렌털사업을 인수할 만한 대기업이 몇 안 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SK매직(옛 동양매직)을 인수해 렌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때 웅진코웨이 인수를 시도했던 GS그룹 정도가 PEF 외 잠재 인수후보로 꼽힌다.정영효/이동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