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크랩(고철)을 녹여 철근을 만드는 중소 철강업체들의 주가 상승세가 최근 둔화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철근 가격과 스크랩 가격의 차이(스프레드)가 줄어든 탓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아파트 분양 감소’라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지만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철근 재고량 감소와 같은 호재도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뜨겁던 중소 철강사 '주춤'
대한제강은 올 들어 47.41% 올랐다. 포스코(0.62%), 현대제철(-7.62%), 동국제강(-7.19%) 등 대형 철강업체들의 부진과 대비된다. 대형사들은 모두 용광로를 갖고 있다. 직접 철광석을 녹여 다양한 철강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 상승이 복병이 됐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 상반기 철광석 평균 가격은 작년 하반기보다 t당 2만7000원, 원료탄은 8000원 올랐다”며 “이를 가격에 전가하지 못해 용광로를 가진 대형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반면 전기로를 쓰는 대한제강은 철근·스크랩 스프레드(철근 가격-스크랩 가격)가 벌어지며 수익성이 개선되는 추세다. 작년 초 32만1000원이던 스프레드 가격은 올해 초 35만8000원으로 늘었다. 판매 제품인 철근 가격이 이 기간 70만원에서 69만5000원으로 5000원 떨어진 사이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은 37만9000원에서 33만7000원으로 4만2000원 하락했기 때문이다.

대한제강처럼 철스크랩을 녹여 철근을 만드는 한국철강도 주가가 올해 11.59% 상승했다. 한국철강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08억원으로 전년 동기(9억원) 대비 1100.0% 증가했다. 대한제강도 1분기 영업이익이 113억원으로 245만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대한제강과 한국철강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이어 국내 철근 생산량 기준 3위와 4위에 해당하는 업체다.

다만 최근 철근·스크랩 스프레드가 32만4000원으로 다시 좁혀지면서 이들 업체의 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대한제강은 지난 13일 연고점(8630원) 이후 4.52% 하락했다. 한국철강도 14일(6600원) 이후 6.67% 떨어졌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철근 수요의 약 70%는 아파트에 쓰인다”며 “2017년 이후 아파트 분양이 감소하면서 철근 수요도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1200만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철근 수요는 지난해 1100만t으로 줄었고, 올해도 5~10% 내외 감소가 예상된다. 국내 철근 수요는 아파트 분양에 6~12개월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스프레드 축소는 일시적이며 중소 철근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광 연구원은 “정부가 SOC 투자를 늘리고 있어 철근 수요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국내 철근 재고가 많지 않기 때문에 철근 수요가 올해 1000만t 수준으로 줄어도 수급이 타이트할 것”이라며 “철근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훼손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