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가 주도한 거래가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을 흔들었다. M&A 자문시장도 PEF들의 대형 거래에 따라 순위가 갈렸다.

유럽계 증권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2분기 최대 규모였던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의 재무자문을 맡아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계 증권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홍콩계 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대리해 국내 1위 의약품 도매업체 지오영의 매각을 성사시켜 2위로 뛰었다.

주식발행시장(ECM)에선 NH투자증권이 수위를 차지했다. 채권발행시장(DCM)에선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경합한 끝에 KB증권이 1분기에 이어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한경 마켓인사이트 상반기 자본시장 성적표…'MBK의 롯데카드 인수' 자문한 CS, 1위
PEF가 주무른 M&A 시장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에프앤가이드와 공동으로 2019년 상반기 기업 M&A 실적을 집계한 결과 CS가 총 5건, 5조430억원어치 거래(바이아웃·발표기준)를 자문해 M&A 재무자문 부문 1위에 올랐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수위를 지키며 독주 체제를 갖췄다.

CS는 롯데카드 매각(거래 규모 1조3810억원)에서 MBK파트너스의 인수자문을 맡았다. 글로벌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내놓은 세계 1위 자동차 전지용 동박업체 케이씨에프티테크놀로지(KCFT) 거래(1조2000억원)에선 SKC의 인수자문을 담당했다. 동부제철 매각(3600억원)은 인수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시장 예상을 깨고 KG스틸-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에 매각을 성사시켰다. CS는 2017년 이경인 IB대표 체제를 갖춘 뒤 해마다 굵직한 거래를 도맡으며 업계 최고의 M&A 하우스로 평가받고 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등 롯데그룹 금융계열사와 지오영 매각자문을 맡아 2위를 꿰찼다. 상반기에 4건, 4조3164억원의 자문 실적을 올렸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가격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1조3810억원, 3734억원으로 성공적인 거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오영 매각 가격도 1조619억원으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법률자문 분야에선 2분기에만 3건의 조(兆) 단위 거래를 자문한 김앤장법률사무소가 1위였다. 상반기 총 23건, 7조8397억원의 자문실적을 올렸다. 롯데카드, KCFT 매각 자문을 맡았다. 지오영 거래에선 글로벌 PEF 블랙스톤을 대리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금액 기준(7조7270억원)으로는 김앤장에 아깝게 뒤졌지만 자문 건수(34건)는 압도적으로 많았다. 1분기 1위를 차지한 태평양은 3위로 밀렸다.

회계자문 분야에선 삼정KPMG(삼정)가 11건, 5조1694억원의 실사를 맡아 간발의 차로 딜로이트안진(안진)을 제치고 선두에 섰다. 삼정은 2분기 M&A 시장을 흔든 롯데카드(1조3800억원)와 롯데손해보험(3734억원) 매각에서 인수자로 낙점된 MBK파트너스와 JKL파트너스를 각각 자문해 ‘역전극’을 썼다.

NH증권, ECM 선두 질주

NH투자증권은 8건(7610억원)을 주관하며 ECM 리그테이블 1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IPO 최대어(공모가 기준 기업가치)였던 현대오토에버를 비롯해 일본게임기업 SNK, 에이에프더블류, 드림텍 등의 상장을 대표주관했다. 상반기 최대 규모 유상증자로 기록된 두산중공업 증자에서도 공동 대표주관사 역할을 했다.

2위는 4건(2948억원)을 대표주관한 한국투자증권에 돌아갔다. 한국투자증권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의 공동 대표주관, 수젠텍노랑풍선의 코스닥 상장 대표주관을 맡았다. 3위는 웅진씽크빅 유상증자와 압타바이오, 아모그린텍, 셀리드의 코스닥 상장을 성사시킨 삼성증권이었다.

KB·NH증권, DCM 분야 혈투

KB증권은 올 상반기 총 229건, 10조8471억원어치 채권(특수채·은행채 제외) 발행을 대표 주관하며 DCM 분야 1위를 지켰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1위), 일반회사채(2위), 자산유동화증권(ABS·4위) 등 모든 DCM 분야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이 중 일반회사채 부문에선 에쓰오일(4000억원) SK(주)(3400억원) 등 대규모 채권 발행을 잇달아 맡았다.

NH투자증권이 184건, 9조1091억원 규모 채권 발행을 대표 주관해 뒤를 이었다. 한온시스템(6000억원), 대우건설(1000억원) 등 채권 발행을 단독으로 맡아 성과를 냈다.

이동훈/이고운/김진성/황정환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