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코오롱티슈진 주주들이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증권사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가 취소되자, 주주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개발사뿐 아니라 주관사까지 집단소송 대상에 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독] 주관사에도 불똥 튄 '인보사 사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제일합동법률사무소는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142명을 대리해 이우석 코오롱티슈진 대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 8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피소된 8인 중에선 코오롱티슈진의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등 법인이 포함됐다. 두 증권사의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50억원이다.

제일합동법률 관계자는 “주관사가 실사 등의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법무법인은 코오롱티슈진 주주를 더 모아 2차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소송을 원하는 주주들을 받아 1차 때처럼 NH투자증권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 계획이다.

다른 로펌들도 주관사를 소송 대상에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단소송을 위해 300여 명의 주주를 모집한 법무법인 한결은 “증권사를 소송 대상자로 넣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당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주관사는 2017년 1~6월 미국 코오롱티슈진 본사 등에서 기업 실사를 했다.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일부 성분에서 식약처에 신고한 성분과 다른 신장세포가 발견된 것을 확인한 게 그해 3월이다. 실사와 증권신고서 작성 등의 과정에서 주관사의 책임이 거론되는 부분이다. 물론 법원 소송에서 주관사 상대의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다른 집단소송 관련 한 변호사는 “기존 판례를 보면 주관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상장 공모 당시 주식을 취득한 주주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고 말했다. 주관사까지 집단소송 대상으로 인정한 판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씨모텍이 유상증자 후 주가조작·횡령 등으로 상장폐지되자 손해를 본 주주들이 유상증자 주관을 맡았던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본안 소송 1·2심에서 동부증권이 피해를 일부 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상장 주관을 맡게 된 증권사들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어, 증권사들은 집단소송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상장 주관사에 대해 재무제표 확인을 비롯해 기업 실사 책임을 전반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은 “회사(코오롱티슈진)에만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승소해도 돈을 충분히 받지 못할 수 있다”며 “증권사 상대 소송이 실익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