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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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이후 격화된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에 따라 증시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두 정상의 발언과 여러 시나리오별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이에 지난달 초 고위급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G20 정상회의 직후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결과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포괄적 합의를 전제로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추가 협상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가장 많았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두 정상의 만남에서 무역분쟁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유동성 측면에서 코스피지수의 본격적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여전히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등의 통화 완화 기조에 올라탈 수 있는 증권주와 배당주를 투자하고 그 이후를 도모해야 한다”고 신중한 의견을 내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큰 범위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오는 9월 유엔총회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무역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3분의 2가량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그동안 조정을 받은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수 있는 만큼 실적개선주와 낙폭과대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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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두 정상의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증가율이 줄어들고, 하방 리스크(위험)가 상존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 있어서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방지, 지식재산권 양보 등으로 소위 ‘빅 딜’이 나올 확률은 약 20%”라며 “좋은 결과가 있다면 당분간 코스피지수의 안도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 상단으로는 2350선을 제시했다. 또 수출주와 경기민감주, 대형주가 주도하는 장세 속에서 관련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경우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될 것이란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두 정상의 입장 차만 확인된다면 중국산 전 제품에 추가 관세 25%가 적용되고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등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 등 고위 관계자들이 G20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비판적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식재산권 등에 있어 예전과 달라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대표적인 예가 희토류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은 전월보다 15.9% 감소했다.

김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 불확실성이 극에 달할 것”이라며 “코스피지수는 2010선까지 내려가는 ‘언더슈팅’ 가능성을 염두해 현금 및 자산주, 내수 방어주 등 시장 안전지대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투자 대안으로 배당주를 강조했다. 그는 “무역분쟁은 주식 시장에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를 가져온다”면서 “이런 분위기에도 배당주 투자는 양호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은 만큼 올 하반기 눈여겨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