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회복) 시점이 4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상장사 실적이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든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길어지고 반도체 업황 회복이 더디면서 관망세가 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에 나서더라도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극적인 무역담판에 도달하더라도 세계 산업경기가 단번에 좋아질 순 없다”며 “갈등이 조기에 봉합돼도 4분기 이후에나 무역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산업 및 반도체 수출 중심인 국내 경제 구조가 무역갈등에 따른 교역량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을 비교하면 S&P500은 올라가고, 한국이 빠진 MSCI 신흥국지수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며 “수출이 부진한 한국 증시는 오히려 우하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다만 “영업이익 하락률이 2분기 30%대에서 3분기 20%대로 줄어들 수 있다”며 “3분기 수출 실적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기저 효과가 있는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경기 회복 시점도 4분기 이후로 늦춰질 것이란 시각이 대다수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이 ‘생산량 조절’에 나서면서 2분기 반도체 업황 회복에 기대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 조절 속도가 수요 감소 폭을 따라잡지 못해 재고가 쌓이면서 시나리오를 비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양적완화 기조가 실제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양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부양 효과는 빨라야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