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20일 오전 8시11분

공인회계사(CPA) 증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회계사 최소 선발 인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선 회계업계는 오히려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회계사 채용 전쟁에…다시 불붙은 'CPA 증원' 논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9일 ‘공인회계사 자격제도 심의위원회’ 위원 수를 기존 7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중 민간위원은 4명에서 7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위원회가 회계사 자격제도와 선발 인원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사 증원과 관련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의사 결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위원회를 확대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제도 심의위는 올 하반기 회계사 선발 인원을 늘릴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부터 850명으로 유지돼온 최소 선발 인원을 지난해 1000명으로 10년 만에 늘린 이후 1년 만에 또다시 증원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내년 이후 적정 회계사 수를 가늠해 보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신(新) 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 시행에 따른 회계사 인력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회계법인들은 치열한 인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4대 회계법인은 올해 배출되는 회계사 1000명을 싹쓸이해 갈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과 삼정KPMG는 올해 채용 인원을 각각 300명 이상으로 잡았다. 딜로이트안진과 EY한영은 각각 200명 이상 채용할 계획이다.

연간 회계사 선발 인원은 2000년 500명대에서 2001년 1000명으로 2배 늘어났다. 이후 18년간 850~1000명을 오갔다. 올해 신입 회계사 품귀 현상이 예상되지만 회계업계는 회계사 증원을 반대하고 있다. 회계감사 품질이 떨어질 수 있고, 실무수습기관의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휴업 중인 회계사 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당장 몇 년간 회계사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회계사 수를 급격히 늘리면 부작용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감사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중장기 추이를 고려해 회계사 증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 회계학과 교수는 “회계업계가 증원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