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반도체)가 증시의 핵심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 기업의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하면서 주가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데다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도 강해 주가 상승 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 DB하이텍은 50원(0.34%) 오른 1만4800원에 마감했다. 연초에 비해 36.41% 상승했다.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상에 있는 다른 종목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테스나는 연초 대비 170.62% 오른 5만2500원에, 엘비세미콘은 203.55% 상승한 1만2400원에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네패스동운아나텍은 각각 231.80%, 38.80% 급등했다.

이들 종목이 올해 급상승한 1차 요인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이다. 지난해 11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DB하이텍은 올해 1245억원, 내년 13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엘비세미콘과 네패스는 올해 영업이익이 각각 111.68%, 95.45%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동운아나텍은 지난해 63억원 적자를 봤지만 올해 138억원 흑자로 반전한 뒤 내년에는 148억원으로 불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정보처리 기능이 뛰어난 반도체를 말한다. 스마트폰 등 고성능 소형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4545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3190억달러(70.19%)가 비메모리 반도체다.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밸류체인상에 존재하는 기업 간 상호 의존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기업이 반도체를 설계하면 협력업체가 파운드리(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제조), 패키징(가공이 끝난 실리콘웨이퍼칩 포장), 테스트(성능 확인) 등을 나눠서 처리한다.

대기업이 설계의 일부분을 중소 팹리스 업체(설계 전문회사)에 외주줄 때도 있다. 글로벌 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늘리면 중소업체가 경쟁에서 밀리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비메모리 반도체주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을 지난 4월 발표했다.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 연구개발(R&D)에 10년간 1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