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을 활용해 증시 입성을 추진하던 기업이 좌초하는 사례가 최근 연달아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로 인해 전체적으로 심사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법인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던 바이오기업 네오이뮨텍은 최근 외부 전문평가기관 두 곳에서 낮은 기술평가등급을 받아 상장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 회사가 받은 기술평가 등급은 A와 BB였다. 한국 기업이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을 할 때 필요한 최소 등급(A, BBB 이상)에 미치지 못했다. 적자가 나는 바이오 등 기술기업은 상장 방식에 따라 외부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네오이뮨텍은 한국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꼭 이 기준을 넘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외국기업 1호로 테슬라 요건 상장(적자기업 특례상장)을 노린 네오이뮨텍으로서는 이대로 상장을 강행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게 업계 평가다. 회사 측은 “상장 추진이 가능하긴 하지만 기술평가를 다시 받아볼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 두 곳이 모두 기술기업이라는 점도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의 개발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최근 거래소 상장위원회로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의 한 갈래인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을 추진했다.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이란 기업공개(IPO) 주관 증권사의 추천을 받은 기술기업에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코넥스 상장사인 바이오기업 젠큐릭스는 코스닥으로 이전상장 계획을 지난달 말 자진 철회했다. 젠큐릭스도 거래소의 심사 문턱을 넘기 어려워지자 일단 자진 철회를 택한 다음 내년에 코스닥 입성을 다시 노린다는 계획이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적자를 내고 있는 기술기업의 상장 심사가 엄격해진 느낌”이라며 “상장을 추진 중인 여러 기술기업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심사에 참여하는 외부 위원들이 인보사 사태 등 최근 발생한 사건으로 민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소는 인보사 사태로 인해 문턱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 시도가 많다 보니 좌초한 사례도 몇 개 나왔을 뿐”이라며 “좋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상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