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PEF)가 중소형 상장사 경영권을 속속 인수하고 있다. 인수합병(M&A) 대상은 경영권 승계 이슈가 있는 알짜 중견기업부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은 한계기업까지 다양하다. 상장사를 우회상장 통로로 활용하기 위한 M&A도 잇따르고 있다. 수년간 투자조합이 주도하던 한계기업 M&A 시장에 PEF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PEF의 M&A 계약 전후로 주가가 요동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빗썸 우회상장說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데이즈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주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엔케이물산 경영권을 343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2013년 설립된 원데이즈PE는 펀드를 조성해 남궁견 엔케이물산 회장 측 지분 15.1%를 사오기로 했다. 주당 인수단가는 2791원으로 계약 직전 주가의 3배 수준에 이른다.

이번 M&A는 우회상장 수순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연탄 공급업체 엔케이물산은 지난해 매출 65억원, 순손실 141억원을 낸 연속 적자기업으로 뚜렷한 사업 분야가 없다.

시장에선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우회상장 설이 나오고 있다. 빗썸은 지난해 BK글로벌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매각한다고 발표했지만 잔금 납입이 지연되고 있다. 엔케이물산은 빗썸 주주인 비덴트 주주이기도 하다. 엔케이물산 주가는 지난 11일 계약 전후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M&A로 중소형 상장사 주가 흔드는 PEF
PEF로 최대주주가 바뀔 예정인 코스닥시장 항공기 부품업체인 샘코는 이상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크레도PE 등은 샘코 대주주 지분 45.4%를 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신생 운용사인 크레도PE는 대주주 지분 20%를 약 132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계약 당시 9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3만2200원으로 치솟았다.

샘코는 2017년 9월 기술특례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뚜렷한 호재 없이 주가가 폭등해 지난 14일 하루 매매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불특정 투자자에게 “샘코 투자 비중을 늘리라”는 내용의 문자가 돌아 작전 세력 개입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M&A로 중소형 상장사 주가 흔드는 PEF
동아지질도 사전 급등

PEF가 퇴출 위기에 놓인 코스닥시장 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있다. PE 운용사 퀸버인베스트먼트는 지난 4월 말 퀸버인베스트먼트제1호를 통해 포스링크 경영권 지분 10.6%를 71억원에 인수했다. 포스링크는 철도 통신 등에 특화된 솔루션회사로 2018년 회계 결산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있다.

알짜 중견기업에 대한 PEF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14일 유가증권시장의 토목 전문 건설사인 동아지질에 80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대주주인 이정우 회장 측 지분 일부인 19.5%를 403억원에 매입하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크레센도PE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설립 자금을 댄 PE 운용사로 과거 한미반도체 등에 투자했다. 이번 동아지질 투자 건은 CB, BW 등 메자닌의 보통주 전환을 감안할 때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지질은 경영권 승계 이슈가 있어 매각 가능성이 제기됐던 상장사다. 동아지질 주가는 이번 지분 매각 계약 직전 2거래일 동안 20% 안팎 급등했다.

코스닥 자동차 부품업체 우수AMS는 다담인베스트먼트에 팔렸다. 우수AMS는 지난해 5월 경영권 매각을 발표했는데 1년 동안 인수자가 여러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다담인베스트먼트 측인 다담하모니제1호(지분 18.2%)와 썬홀딩스(4.0%)가 총 277억원에 대주주 지분을 매입했다.

한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PEF 설립 문턱이 낮아지면서 중소 상장사 딜에 자주 활용되는 양상”이라며 “코스닥 M&A 때 대규모 메자닌 발행이 병행되면서 수익을 낼 기회가 많아졌지만 자칫 악용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조진형/김동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