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의 대체투자 상품이 마치 블랙홀처럼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쏠림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 투자 상품의 대다수가 유동성이 떨어지는 국내외 부동산이다 보니 향후 경기 하방에 따른 손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너도나도 부동산 대체투자…출혈경쟁·무리한 투자로 손실 우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펀드자산 총액(614조원)에서 부동산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말 7.8%에서 지난 12일 현재 13.6%로 급증했다. 인프라 등 특별자산 펀드나 투자 구성비를 공개할 필요 없는 혼합자산 펀드에도 부동산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전체 펀드자산 내 부동산 비중은 20%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특별자산 펀드 내 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가깝다”며 “매년 설정액이 두 배씩 커지고 있는 혼합자산 펀드에도 부동산과 관련된 자산이 상당수 섞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쏠림 현상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금융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특정 섹터가 돈이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몰려들어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더 오르는 ‘오버슈팅’이 나타나 향후 하락 국면에서 투자자 손실과 피해가 커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7년 국내 굴지의 시중은행과 자산운용사가 손잡고 수백억원을 투자했던 한 러시아 골프장 건설 사업이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좌초되면서 거액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 같은 선례에도 최근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 국내 금융회사들끼리 출혈 경쟁을 벌이는 등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이 작년엔 미국과 영국, 올해는 프랑스 등 식으로 몰려다니며 가는 곳마다 해외 오피스 빌딩 가격을 올려놓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최근 수익금 지급이 중단된 펀드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펀드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주식형 펀드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유동성이 풍부한데도 주식형 펀드의 부진 등으로 정작 실물 경제에 자금이 돌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