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이 공모주시장에서 연일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스팩이 처음으로 시장에 등장한 2010년 이후 최대 호황을 맞았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평가다.

1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이틀 동안 일반 청약을 받은 신한 제5호스팩은 사상 최고인 654.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선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공모주 일반청약에서 6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올리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팩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4월 중순까지만 해도 2 대 1에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달 31일 상장한 DB금융스팩 7호(269.8 대 1)와 유진스팩 4호(300.5 대 1)의 청약을 거치며 연일 껑충 뛰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스팩 사랑도 뜨겁다. 지난 11일까지 이틀 동안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을 받은 신영해피투모로우 제5호스팩의 경쟁률도 596.8 대 1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신한 제5호스팩이 4~5일 시행한 수요예측 경쟁률도 당시 최고인 520.9 대 1을 내며 시장 참여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1주일도 되지 않아 이 기록이 깨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스팩의 최근 인기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 또는 코넥스 상장기업과 합병해 이들이 코스닥에 우회상장할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을 하는 특수목적회사(SPC)다.

우량한 비상장사·코넥스사와 합병이 성사되면 스팩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설사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공모가 수준의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의 행태는 ‘묻지마 투자’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투기세력이 시세조종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상장 후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스팩의 주가 상승세가 진정되면 투자심리가 금세 식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스팩 투자 열풍의 ‘방아쇠’를 당긴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은 지난달 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같은 달 13일 공모가(2000원)의 네 배 가까운 78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13일엔 4785원(종가)까지 밀렸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