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회의서 참석자 대다수가
'한투證 제재' 파급효과 우려
금융위, 26일 재논의 하기로
금융위원회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로 금융감독원이 내린 제재안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재안을 뒤집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위는 지난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한투증권 제재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투증권 측 의견을 청취한 위원들 사이에서 더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오는 26일 회의에서 금감원 의견을 듣고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앞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심 끝에 판단을 내린 점을 고려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증선위는 세 차례에 걸친 치열한 논의 끝에 지난달 22일 한투증권에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한투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을 최태원 SK(241,000 +0.84%)그룹 회장과 토털리턴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특수목적법인(SPC)에 빌려준 것은 사실상 최 회장 개인에 대한 대출로 봐야 한다”는 금감원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발행어음 자금은 개인대출에 활용될 수 없다.

이와 달리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는 한투증권에 대한 제재가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당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은 “한투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을 SPC에 빌려주기 전에 역시 개인대출이 금지된 다른 펀드와 신탁 자금이 SPC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만약 이번 건을 개인대출로 본다면 다른 SPC에 대출된 모든 펀드·신탁 등 자금의 개인대출 여부를 일일이 따져야 하는데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선위에서는 민간 출신 특정 비상임위원이 한투증권을 제재해야 한다고 강하게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안다”며 “금융위 인적 구성을 고려하면 증선위와 다른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금융위 정례회의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손병두 부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 금융위 상임위원 2인, 비상임위원 1인 등 6명이 참석했다. 이 중 금융위 상임위원·비상임위원 3인은 금융위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총 9명)도 겸직하고 있다.

법령해석위는 지난 3월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SPC 대출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감원의 제재안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날 금융위 회의에서 당시 법령해석위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증선위가 법령해석위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에 불쾌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위가 금감원과 증선위가 올린 제재안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