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도 긴장

감사·다른 업무 동시 수임 못해
M&A자문 등 수익 감소 우려도
감사인 지정제 시행을 앞두고 회계법인 내부도 혼란에 빠졌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소속 회계사들의 금융 거래에도 여러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이 주거래은행 감사를 맡으면 소속 회계사 수백 명이 한꺼번에 해당 은행과 거래를 끊게 될 전망이다.

공인회계사법에 따르면 국내 회계법인은 소속 파트너 회계사 또는 그 회계사의 배우자가 3000만원 이상 거래관계가 있는 은행의 감사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돼 있다. 파트너가 아닌 회계사도 본인 및 배우자가 같은 상황이면 해당 은행 감사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 단 거래관계가 △5000만원 이하 예금 또는 적금 △퇴직연금 △주택담보대출, 예금담보대출 등 담보대출이면 거래금액 산정에서 제외된다. 파트너 회계사는 1년 전까지 근무했던 은행의 감사를 맡을 수 없다.

회계법인들은 감사인 지정제 시행으로 갑자기 주거래은행 감사를 떠맡을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급여 수준 등을 고려하면 주거래은행과의 거래 규모가 3000만원이 넘는 회계사가 적지 않아서다. 주거래은행 감사를 맡는 순간 수많은 회계사가 줄줄이 해당 은행과의 거래를 해지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국내 1위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파트너 회계사만 300명이 넘는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회계법인들은 감사인 독립성 문제로 오랫동안 주거래은행이 아닌 은행 감사만 맡아왔다”며 “주거래은행 감사를 맡게 된다면 최소한 1년 전에는 해당 사실을 알려줘야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인 독립성 유지를 위해 회계법인이 한 기업의 감사와 다른 업무를 동시에 맡을 수 없도록 한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비감사 업무를 통해 얻는 수익이 더 큰 기업의 감사를 수임하면 오히려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 등 ‘빅4’ 회계법인이 산업은행 감사를 맡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등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대형 매물을 거느리고 있어 M&A 자문으로 거두는 수익이 감사료보다 쏠쏠하다. 회계법인들의 감사인 재지정 신청이 쏟아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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