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배경·보수지급 기준 밝혀야

주주 갈등 장기화 조짐 보이자
증권사, 한진칼 투자의견 '하향'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강성부 펀드)가 한진그룹 경영진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를 비판하면서 재선임 배경과 보수지급 기준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조현민 전무 경영 복귀는 책임경영 위반"…한진칼 경영진에 공세 고삐 죄는 강성부 펀드

KCGI는 12일 조 전무의 경영 복귀를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거액의 보수를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한진칼(38,500 -4.82%) 이사들을 상대로 재선임 배경 등을 묻는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무는 지난해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대한항공(32,400 +0.93%) 전무 등 모든 직책에서 손을 뗐다. 이후 1년2개월 만인 지난 10일자로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신사업 개발 및 마케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역할을 맡았다. 정석기업은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본관 및 신관, 인천과 부산 정석빌딩을 보유한 그룹 내 부동산 관리업체다.

KCGI는 △조 전무 재선임 배경 및 그 과정에서 이사회의 역할 △조 전무의 보수·퇴직금 지급 기준 △조 전무의 행위로 발생한 계열사 주가 폭락 등 피해에 대한 조치 내용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KCGI는 “그룹에 치명타를 입히고도 책임지기는커녕 거액의 보수를 수령한 조 전무를 굳이 선임한 배경이 의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조 전무는 지난해 한진칼 자회사인 대한항공진에어(22,100 -4.95%)로부터 퇴직금을 포함해 17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KCGI는 “조 전무는 물컵 갑질 사건으로 그룹 계열사 주가 급락을 야기했다”며 “그를 사퇴하도록 한 조양호 회장의 사망 2개월 만에 복귀하는 것은 책임경영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전무의 선임은 한진칼 임원 채용 절차 등 내규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조 전무가 대한항공, 진에어 등 그룹에서 10년 이상 광고·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경영 활동을 성공적으로 해왔다”며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그룹의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주주 간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한진칼 투자의견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KTB투자증권,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조정했다. 지분 확보 싸움 기대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고평가 국면에 진입한 게 투자의견 조정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하이투자증권은 KCGI 측에서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가치 개선 작업을 한진칼이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는 것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일부 증권사가 한진그룹의 눈치를 살펴 KCGI에 제공했던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한 점도 지분 싸움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2017년 진에어 상장을 주관했던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한진칼 주식담보대출 200억원을 연장 없이 회수했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해 2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려왔다. 지난달에는 지분을 15.98%까지 늘렸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지방법원에 ‘조원태 회장의 선임 과정을 조사할 검사인을 선임해달라’며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은 1300원(3.08%) 떨어진 4만9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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