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역사적 저점" vs "공급과잉 장기 지속"

美·中 무역분쟁 여파로 수요 위축
이달 들어 정제마진 손익분기점↓
정유회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 반등 여부를 놓고 증권가 애널리스트 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회복될 일만 남았다”는 주장과 “석유제품 공급과잉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단기간에 반등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GS·에쓰오일 주가 반등할까

정제마진 역사적 저점으로 추락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159,500 -1.24%)은 1500원(0.92%) 떨어진 16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쓰오일(83,200 +0.12%)GS(51,000 +0.20%)그룹 지주회사로 비(非)상장사인 GS칼텍스 매출 비중이 높아 정유주로 분류되는 GS도 각각 0.39%, 1.65% 하락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 및 생산비용 등을 뺀 금액이다. 배럴당 4~5달러가 넘지 않으면 정유사가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유사 주가 흐름은 정제마진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1~2월 월평균 배럴당 2달러대에 머무르던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3~4월에 4달러대로 올라서며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5월 들어 3.1달러로 주저앉은 뒤 6월 들어서도 첫째주에 주간평균 3.1달러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4월 이후 정유주는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11.50%), GS(-2.50%), 에쓰오일(-9.76%)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일 1년 내 최저가인 16만원(장중)으로 추락한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정제마진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반등” vs “장기간 회복 어려워”

정제마진 반등에 대해 긍정론을 펼치는 애널리스트들은 “하반기에 정제마진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제마진이 역사적 저점을 기록한 가운데 상품시장에 미·중 무역전쟁 악재도 충분히 반영돼 있어 이보다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도 긍정론자들이 정제마진 확대를 주장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미국은 현지에서 생산된 원유를 수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송유관을 대규모로 증설 중이다.

대표적 원유 산지인 페르미안 지역의 송유관도 올해 하반기 완공한다. 송유관 증설 후 미국 내에서 생산된 원유 수출이 활성화하면 WTI 가격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지목됐던 미국 내 원유 재고가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도연 연구원은 “송유관 증설에 따라 WTI가 오르면 미국 내 정유사들은 원재료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석유제품 생산을 줄일 것”이라며 “공급 축소에 따른 정제마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고유황선박유를 규제하기로 하면서 선주들의 저유황선박유 발주가 8~9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정제마진 부진이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신중론을 제기하는 애널리스트도 적지 않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2022년까지 정유설비를 대폭 증설할 계획이기 때문에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정제마진 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실적 전망 가장 좋아

이런 상황에서 정유 3사 중 실적 전망이 가장 양호한 곳은 에쓰오일이다. 울산 잔사유 고도화 설비 투자 등으로 지난해 실적이 대폭 악화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영업이익 증가폭이 가장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에쓰오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조1937억원으로, 작년보다 86.6% 증가할 전망이다.

GS칼텍스 이외 자회사 실적까지 연결로 잡히는 GS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2조2098억원에서 올해 2조3624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2조1176억원에서 2조22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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