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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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밝혀지면서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삼성SDI 등이 책임을 면하게 됐다. 이번 정부 발표에 따라 국내 ESS 수주가 본격화 되면서 이들 회사 역시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들은 두 회사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선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화재 원인과 관련해 LG화학이나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산업부는 "특정 배터리셀에서 제조결함이 확인되긴 했으나 이로 인해 배터리 자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내부 단락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배터리 시스템 결함,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통합관리 시 체계 부재 등 4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추정했다.

국내에서 2017년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발생한 ESS 화재 사고는 총 23건에 달한다. 정부는 앞서 관련 원인조사를 위해 민관합동 조사위를 설치하고 배터리부터 ESS 설치 시공까지 모든 직·간접적인 화재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위축된 ESS 산업 성장 회복을 위해 단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수요 창출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ESS 설치 중단에 따른 ESS 사업자의 기회 손실을 줄이는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적용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오는 8월 말 완료 예정인 ESS 설치 기준 개정사항을 이달 중순부터 우선 반영해 신규 발주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SS 연속 화재 이후 원인 규명 시점까지 국내 수주 공백 부담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로 지난 3월 한달 간 2차전치 가치사슬(밸류체인) 주가는 평균 9% 하락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발표에 따라 6개월 공백 상태였던 국내 ESS 수주가 다음달 본격화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작년 글로벌 ESS 시장 출사 1·2위를 차지한 삼성SDI와 LG화학의 하반기 국내 수주 물량 회복과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배터리업체가 책임을 면한다면 이미 쌓아놓은 충당금의 일부 환입 가능성도 열리게 된 셈이다. 대신증권과 삼성증권은 두 회사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선정했다.

ESS 화재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삼성SDI 올해 ESS 매출 추정치는 기존 1조7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상반기 3000억원 규모의 수주 손실을 감안해서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처럼 상반기 적체됐던 ESS 물량이 하반기에 올라온다면 매출과 이익의 상향 조정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ESS 시장에서 삼성SDI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하반기 ESS 매출은 5818억원으로 상반기(3496억원) 대비 6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ESS 화재 관련 잠재적 손실 가능성에 대한 충당금이 누적 500억~550억원 규모기 때문에 다른 사업부문이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영업이익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조사 결과를 통해 추가 적립해야 할 충당금이 발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중단됐던 국내 매출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LG화학의 ESS 사업에 대한 1분기 충당금 적립은 약 1200억원이었으나 2분기에는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내달 1일부터 기존 설비 가동이 예정된 만큼 하반기부터는 충당금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LG화학의 1분기 ESS 매출은 9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2분기까지는 ESS 화재와 관련한 실적 부진이 지속됐으나 3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들어 4분기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신증권은 LG화학의 올해 ESS 매출 규모가 1조원을 웃돌며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불학실성 해소를 기점으로 시장의 관심은 하반기 자동차 배터리 흑자 전환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전기차(EV) 성장 동력이 본격화되면서 하반기 주가 반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