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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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자 원유생산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러시아, 브라질 투자 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의 인프라투자와 브라질의 연금개혁 등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져 하반기에도 양호한 성과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나라 증시와 국제유가 흐름간 상관관계가 커 변동성 확대로 인한 손실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역분쟁 타격 덜 받는 ‘러·브 펀드’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일까지 러시아펀드 수익률은 19.11%로 조사대상 해외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펀드도 같은 기간 11.96% 수익을 냈다.

국제유가 상승이 이같은 성과의 가장 큰 이유다. 러시아는 에너지기업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유가 영향을 크게 받는다. 브라질도 시총 1위 종목이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다.

지난해 말 배럴당 45.4달러에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4월 66달러을 뚫고 올라갔다. 지난달 이후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반등하며 52달러선을 회복했다. 일각에선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 주식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1000선까지 떨어졌던 러시아 RTS지수는 이달 초 1300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다.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23.80% 올랐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같은 기간 10.60% 상승했다. 지난해 9월 7만선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 9만대 후반까지 올라왔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상품은 ‘한국투자KINDEX러시아MSCI’ 상장지수펀드(ETF)다. 32.11%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22.60%),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20.12%)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브라질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서는 ‘한화브라질’이 16.57%의 수익을 올렸다. 멀티에셋삼바브라질(15.58%),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14.97%) 등도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재정정책과 연금개혁 기대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 KB증권에 따르면 러시아의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 전망치는 3개월 전보다 4.2% 늘어났다. 브라질도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정부정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달부터 재정지출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24 러시아 국가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체 예산 25조7000억루블(약 465조6840억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인프라 건설, 고용, 5G(세대) 통신 투자 등에 14조2000억루블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는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고,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며 기준금리 인하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은 연금개혁으로 재정적자가 크게 줄 것이란 기대가 증시 상승세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금개혁안이 9월 말에는 통과될 것”이라며 “헤알화 약세에도 장기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8% 중반에서 움직이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두 나라 모두 국제 유가에 강하게 연동되는 증시라는 것은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연말까지 감산을 연장하더라도 유가가 연초와 같은 상승 랠리를 이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분쟁이 잦아들 때까지 유가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