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4일 오후 2시57분

[마켓인사이트] 1兆 이상 조달 나선 포스코…'최상위 신용도' 복귀 멀어지나
포스코가 올해도 공격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선다. 국내외에서 채권 발행을 통해 1조원 이상을 끌어모을 예정이다. 포스코건설,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계열사들도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활발한 자금조달이 회사 신용도에는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포스코가 4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표한 상황에서 자금조달로 부채까지 늘어나면 최상위 신용도(AAA) 복귀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운영자금 마련 및 차입금 상환을 위해 다음달 3000억~5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공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채권 만기는 5년 내외 범위로 검토하고 있다. 다음달 해외에서 최대 5억달러(약 5900억원) 규모로 발행 예정인 지속가능채권까지 합하면 올해 1조원 이상을 채권으로 조달하게 된다. 지속가능채권은 자금 사용 목적이 친환경 및 사회문제 해결 관련 투자로 한정된 채권이다.

한동안 차입을 자제해온 포스코는 최근 들어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에도 국내(발행금액 5000억원)와 해외(5억달러)에서 1조원어치가 넘는 채권을 발행했다. 회사 재무구조가 개선되자 다시 공격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2014년 말 27조4750억원에 달했던 회사의 총 차입금(연결재무제표 기준)은 올해 3월 말 19조9317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포스코 계열사들도 활발히 자본시장을 드나들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옛 포스코대우)은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에 다음달 최대 2000억원어치 채권 발행 계획을 담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2500억원)에 이어 또다시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포스코건설(1200억원), 포스코기술투자(800억원) 등도 채권시장에서 각각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했다. 2017년 3300억원이었던 포스코그룹의 공모 회사채 발행금액(해외 포함)은 지난해 1조6000억원, 올해 1조6900억원(발행 예정 채권 포함)으로 대폭 늘어났다.

IB업계에서는 자금조달에 불을 붙인 포스코의 신용도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은 포스코가 최상위 신용도로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6월부터 포스코 신용등급(AA+)에 ‘긍정적’ 전망을 붙여놓고 있다. 주요 재무지표가 등급 상향조건을 충족하고 있어 최상위 등급인 ‘AAA’로 올라설 것이란 관측이 반영됐다. 하지만 최근 회사 재무전략의 변화가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대규모 투자를 줄줄이 예정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자금조달로 차입 규모까지 늘리면 AAA등급 기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올 들어 회사 수익성이 주춤하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2023년까지 △철강사업 고도화 △발전설비 신설 △2차전지 소재 기술력 강화 등에 총 4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대기오염물질 절감에 1조700억원, 벤처 육성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도 발표했다. 포스코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조20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1% 감소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이 회사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4.8% 줄어든 4조72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