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로 개발사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국내 바이오주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등 바이오업계에 악재가 잇따르면서 제약·바이오주는 좀처럼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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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바이오주 ‘팔자’ 러시

28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요 제약·바이오주로 구성된 KRX300헬스케어지수는 62.65포인트(2.41%) 오른 2661.70에 마감했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한 뒤 한국거래소가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식거래를 정지시켰지만 다른 바이오주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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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래소가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 중이어서 조만간 바이오주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식약처 조사 결과처럼 인보사 품목허가 신청 당시 제출된 자료가 ‘허위’라면 국내 바이오주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코스닥에 상장된 코오롱티슈진은 그해 11월 시가총액 4조원을 넘기면서 시가총액 4위까지 올랐던 대형(현재 시가총액 순위 95위) 종목이다. 바이오 업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계열 유력 바이오 기업이 고의로 서류를 조작했다면 국내 자본시장의 ‘흑역사’로 남을 만한 일”이라며 “이달 말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될 예정인 국내 바이오 업체들의 신규 임상결과에 대한 기대로 투자심리가 살아나던 차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고 말했다.

'인보사 불똥' 어디로…괴로운 바이오 투자자
수급 불안도 바이오주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2525억원어치 순매도(코스닥시장 1위)했다. 셀트리온(666억원) 메디톡스(761억원) 메지온(254억원) 등 다른 주요 바이오주도 매도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몇 달 전 코오롱티슈진 및 코오롱생명과학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펀드 중 코오롱티슈진을 1% 이상 담고 있는 펀드는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4월 말 기준 2.5%)’뿐이다. 한 자산운용사는 “대부분 공모펀드는 지난 3월 인보사 판매가 중단됐을 때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보사 불똥' 어디로…괴로운 바이오 투자자
“당분간 투자 신중해야”

제약·바이오주는 올해 초 신약 임상발표 기대에 ‘반짝’ 상승했지만 각종 악재에 휘청거리며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24.74%) 메디톡스(-21.03%) 헬릭스미스(-16.17%) 등 주요 바이오주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한 뒤 계속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폰탄수술 합병증 치료제 개발사인 메지온이 재무제표 부정 작성으로 증선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최근 보톨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출처를 놓고 미국에서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전 메디톡스 직원을 매수해 균주와 제조 관련 정보를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악재만 가득하기 때문에 당분간 바이오주나 헬스케어 펀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번 코오롱 사태가 코스닥지수나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코오롱티슈진은 보통주가 아닌 증권예탁증서(DR)로 상장돼 코스닥150지수 등에 편입돼 있지 않다.

김동현/양병훈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