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이달 급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지만 증권가에선 긍정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기업 실적, 수급 측면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나와 지금보다 증시 상황이 더 나빠지기는 어렵다”는 게 긍정론의 근거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를 둘러싼 여건이 최악을 지나고 있다”며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올 상승분 반납에도…"코스피 떠날 때 아니다"
밸류에이션 부담 해소

27일 코스피지수는 1.10포인트(0.05%) 내린 2044.21로 마감했다. 장 중 0.46% 떨어져 2040선이 무너졌으나 뒷심을 발휘하며 낙폭을 줄였다. 기관투자가가 지난 24일 3069억원에 이어 이날도 1711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버팀목’이 됐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7.2% 급락했다. 지난해 10월(-13.4%) 후 가장 큰 낙폭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된 영향이다. 올해 지수 상승률은 0.2%에 그치고 있다.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거래량이 위축되고 투자자들은 시장을 등지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장이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손실을 감내하고 돈을 빼는 고객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급락한 뒤 증권가에선 긍정론이 힘을 얻고 있다. 어중간한 상태가 이어지는 것보다 악재를 한꺼번에 반영하고 ‘바닥’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이익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는데도 지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 커졌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은 0.8배로 미국 신용등급 하락, 유럽 재정위기 등이 있었던 2012년 수준(0.7배)에 가까워졌다.

“약화되는 악재 영향력”

국내 증시를 끌어내린 각종 악재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은 “기업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추세가 진정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 수) 증감률 전망치는 -11.9%지만, 내년은 19.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 팀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내년 회복세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경기선행지수가 곧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조만간 최악을 지날 것이란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국 수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내년 상반기에 실물경기 회복과 함께 코스피지수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OECD 한국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하면 한국 수출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출 회복은 기업 실적과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수급도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MSCI 신흥시장지수 내 한국 비중 축소가 5월로 상당 부분 마무리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급등세(원화 약세)가 진정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 수급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증시 반등을 위해 맞춰져야 할 마지막 퍼즐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까지는 어렵더라도 미·중 양국의 자국 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3분기엔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