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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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최대 폭으로 급락한 국제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OPEC+(석유수출국기구+ 러시아 등 비회원국) 회의에서 공급을 소폭 늘리는 감산 출구전략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24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급락세에서 벗어나 소폭 반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2% 오른 58.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3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거래소에서 4.6% 떨어진 배럴당 67.76달러를 기록하면서 70달러선을 밑돌았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거래소에서 5.7% 급락한 57.91달러로 마쳤다. 이는 지난 3월12일(56.87달러)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하루치 하락 폭으로 따지면 지난해 12월24일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지난해 12월24일 내년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06달러(6.7%)나 하락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경기 위축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미국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제시설 가동률도 예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5월 셋째주 미국 정제시설 가동률은 89.9%로 전주보다 0.6% 포인트 하락했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 급락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원유수요 불안과 예상보다 높은 미국 원유재고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라며 "다소 완화된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요인들도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해유전구의 대표적인 에코피스크(Ecofisk) 유전 유지 보수로 북해유전 산유량은 46만배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일부 정유시설 수리도 단기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OPEC+ 회의 전까지 유가 단기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의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20~21일(현지시간) OPEC+ 정례회의에서 원유 감산 출구전략이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올해부터 이어진 OPEC+의 월평균 감산 이행률은 120%로 목표를 초과 달성한 상태다. 미국의 이란 제재 이후 원유생산차질 이슈가 부각되면서 원유공급 부족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OPEC+는 원유 감산 출구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점진적 원유 증산은 국제유가 방향성 전환이 빨라지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감산 출구전략이 결정되면 원유 생산량은 최소 일일 80만배럴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요 산유국들은 유가 상승보다 '석유시장 안정화'를 지향하고 있다"며 "신흥시장을 위협하는 유가 강세 가능성을 제한하는 공급 정책을 택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가격 하락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다. 황현수 연구원은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미완결유정(drilled but uncompleted) 수는 중장기 원유생산 여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며 "감산 기조를 유지하려는 OPEC+ 산유국과 약해지고 있는 글로벌 원유수요 등이 국제유가 하방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