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1호’ 사모펀드(PEF) 운영사인 칸서스자산운용이 신생 사모펀드 고든앤파트너스(대표 이성락)에 매각될 예정인 가운데 칸서스와 KDB생명이 벌이고 있는 소송전이 마지막 ‘불확실성’으로 부각되고 있다. 칸서스와 KDB생명은 서로 상대방 지분을 갖고 있는 상호출자 관계다.

칸서스운용 vs KDB생명 황당한 소송전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칸서스자산운용 주식을 일정 가격에 칸서스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2017년 행사했으나 칸서스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위약 배상금을 물어내라는 내용의 소송을 지난해 7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고, 그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소송의 배경이 된 풋옵션 계약 미이행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KDB생명이라는 점이다. 이 관계를 이해하려면 양쪽 회사가 서로 지분을 갖고 있는 상호출자 관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KDB생명도 칸서스 지분을 갖고 있지만, 칸서스도 KDB생명의 주주다.

칸서스를 설립한 김영재 회장은 2009년 12월 당시 금호생명이던 KDB생명을 인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인수를 검토하다가 한 차례 포기했으나 결국 산은과 공동으로 KDB생명을 인수했다. 현재 KDB생명의 주주는 케이디비칸서스밸류유한회사(65.80%)와 케이디비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26.93%)다.

칸서스운용 vs KDB생명 황당한 소송전
그런데 KDB생명은 경쟁 격화, 고비용 구조,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대규모 손실에 시달렸다. 칸서스는 2016년 102억원, 2017년 760억원 등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KDB생명 부실에 따른 손실 반영이 주된 원인 중 하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칸서스 관계자는 “칸서스를 어려워지게 한 원인 제공자가 도리어 자기 주식을 비싼 값에 되사가라고 하고, 그렇게 해주지 못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반면 KDB생명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부문검사에서 칸서스와의 풋옵션 미이행 관련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칸서스 주장도 이해는 하지만 자신들은 사정이 어떻든 계약을 이행받지 못한 데 대해 소송을 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초 취임한 정재욱 KDB생명 사장의 관점에서는 배임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법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유사한 풋옵션 계약과 관련, 당시 메리츠화재가 서울선박금융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항소를 기각하고 해당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특정 주주의 주식을 일정 가격에 되사주기로 하는 계약은) 투하자본의 회수를 보장하는 셈이 되고 다른 주주들에게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결했다. 2007년 대법원도 이와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KDB생명과 칸서스 간의 관계가 과거 사례와는 다르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아 최종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풋옵션을 활용해 ‘백기사’ 역할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칸서스와 KDB생명 간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계약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은/이호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