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의 '폭락 미소'…무학·CGV '곡소리'
증시 조정장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가 부쩍 늘고 있다. ‘어닝쇼크’와 함께 급락하는 종목이 많아지자 공매도 공세도 점점 거세지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에다 기업 실적 악화 등 안팎의 변수에 시달리는 한국 증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매도 증가→주가 하락 악순환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 비중이 20%를 넘은 종목은 총 19개로 집계됐다. 지난달 5개에서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거래량도 올 들어 하루평균 1000만 주 내외였던 것이 이달 들어 1700만 주를 넘어섰다. 지난 9일에는 1758만 주를 기록해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식을 되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식을 매입한 가격보다 싸게 사들여 차익을 올리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수록 유리하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면서 공매도 투자자는 상당한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공매도의 표적이 된 종목은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다. 하락장에서 공매도가 늘어나면 매도가 뒤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공매도 매매 비중 상위 20개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넥센타이어(2.99%)와 바디텍메드(1.82%) 두 종목뿐이었다. 무학(-21.69%), CJ CGV(-17.0%), 롯데지주(-11.11%), GS리테일(-10.22%), 금호타이어(-10.18%) 등은 주가가 10% 넘게 떨어졌다.

공매도 공세에 가장 심하게 시달렸던 무학은 지난 2일과 8일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올 들어 증시를 받쳐주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공매도 세력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공매도 급증과 함께 주가가 더 빠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는 함박웃음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하락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대기자금인 주식 대차(대여) 잔액은 줄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주식 대차잔액은 66조8280억원으로 두 달 전(64조5280억원)보다 3.56%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6.85% 떨어졌다. 증시가 하락하면 대차 잔액도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차 잔액이란 공매도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증권가에서는 대차 잔액을 공매도 선행지표로 본다. 최근 주가 하락에도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공매도 차익은 대부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돌아갔다. 공매도 거래에 접근하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타격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개인투자자의 유가증권·코스닥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65.0%, 기관은 33.7%였다.

올초 부진했던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전략을 활용해 손실을 만회했다. 지난 3월 초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던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올해 수익률(16일 기준)이 19.87%로 급반등했다. 두 달 만에 평균 수익률이 20%포인트 넘게 올랐다. 라임자산운용의 ‘모히토 전문투자형 사모증권투자신탁1호’도 -0.72%에서 18.38%로 반등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펀드들도 마이너스에서 2~4%로 수익률을 회복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