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임직원이 즐비한 자산운용업계에서 10년간 일자리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운용사 규제 완화로 운용업계 전반에서 인력 수요가 급증해 4년 만에 일자리 3000여 개가 새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합병과 점포 구조조정 등 여파로 10년 동안 일자리 5000개가 사라졌다.
'억대 연봉' 자산운용사, 10년간 일자리 2배↑
운용업계 일자리 4년간 3000개 생겨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임직원은 2009년 말 4092명에서 지난해 말 8223명으로 10년 동안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자산운용업계의 양적 팽창이 일자리를 늘린 주된 동력이었다. 2009년 69개에 불과하던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242개로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운용사들이 굴리는 펀드 자산(공·사모펀드 합계)도 2010년 319조원에서 지난해 544조원으로 70.5% 급증했다. 공모펀드 규모는 줄었지만 사모펀드가 급팽창했다.

금융당국이 2015년 사모운용사 진입규제를 대폭 푼 것이 운용업계의 폭발적 성장을 촉진한 계기가 됐다. 전문 사모운용사 설립 요건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고, 최소 자본금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아지면서 한동안 사모운용사 설립 ‘붐’이 일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운용업계에서 매년 일자리 700~1100개씩이 생겨났다. 구인난으로 대체투자 부문 전문성을 갖춘 펀드매니저와 준법감시인 등 운용 지원 인력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걸쳐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과거 높은 대우를 받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운용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조차 운용역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업계 수위권에 있던 기존 운용사들도 인력을 크게 늘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임직원은 2009년 340명에서 작년 말 884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이 회사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1130만원에 달했다. 한화자산운용(101명→319명) KB자산운용(115명→255명) 등도 덩치를 키웠다.

M&A로 인력 구조조정한 증권사

운용업계와 달리 방대한 리테일(소매) 점포조직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던 증권업계는 일자리를 꾸준히 줄였다. 2009년 4만1326명에 달하던 국내 증권사 임직원은 지난해 3만6377명으로 10년간 약 12% 줄었다. 같은 기간 증권사는 62개에서 57개로 감소했다.

증권업계 인력 축소는 주로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이뤄졌다. M&A를 전후해 중복 점포와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단행된 것이다. 2016년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미래에셋대우의 작년 말 기준 임직원은 4564명이다. 합병 전인 2009년 두 회사 임직원 합계(5230명)와 비교하면 12.7% 줄었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합병으로 출범한 NH투자증권의 작년 말 기준 임직원은 2980명으로 합병 전인 2009년 두 회사 임직원 합계(3492명) 대비 512명(14.7%) 감소했다.

업황 악화 등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은 증권사들도 인력을 대폭 줄였다. 옛 동양종금증권 시절 ‘동양사태’를 겪고 대만 회사에 매각된 유안타증권(3099명→1703명)과 한때 적자까지 냈던 대신증권(2222명→1531명)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기술(IT)과 벤처투자 등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은 키움증권(450명→760명) 이베스트투자증권(293명→484명) KTB투자증권(286명→417명) 등 일부 중소형사는 인력을 크게 늘렸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