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기업 설득하고 합의 이루어
회계정보의 질을 높이는 것"
폴 조지 英 재무보고위원회 부원장 "회계감독당국과 기업은 '갑을' 아닌 협력 관계여야"

폴 조지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 부원장(사진)은 “지난 20년간 감독당국의 회계오류 수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법정 다툼까지 간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며 “감독당국과 기업은 갑을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여야 한다”고 밝혔다. FRC는 기업 회계와 지배구조,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와 관련한 심사를 관할하는 영국 감독기구로 한국의 금융감독원과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다.

한국회계학회 특별세미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조지 부원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재무제표를 심사하는 목적은 기업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올바른 회계처리를 하고 공시하도록 도우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영국에선 다수의 민간 회계 전문가로 구성된 FRC 산하 3~4개 조직에서 기업 재무제표를 심사해 중복 검증을 한다. 회계오류가 발견될 경우 재무제표 수정을 권고하고 FRC와 기업 또는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여러 단계의 협의를 통해 재무제표를 수정한다. 기업이 FRC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정에서 수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는 “매년 200개의 재무제표를 심사해 오류사항에 대해선 대부분 수정공시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벌금 또는 직무정지 등 제재를 받은 건수는 5건에 그치며, 끝까지 수정공시를 하지 않아 법정으로 간 사례는 20년간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무제표를 수정하면 오히려 금감원 감리를 받아 제재 대상에 오르던 한국의 회계감독시스템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회계학자들의 분석이다. 한국에선 금감원이 매년 120~140개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감리를 한다. 지난해 회계부정과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 건수는 60건, 회계법인 제재 건수는 78건에 달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올해부터 영국과 같은 심사제도를 도입하고 재무제표 수정 시엔 제재를 감경해주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영국도 최근 대형 회계스캔들로 몸살을 앓았다. 대형 건설사인 카릴리온과 백화점 BHS, 제과 프랜차이즈 파티세리홀딩스 등에 부실감사 논란이 벌어진 것. 조지 부원장은 “회계부정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이 감사인을 선정하는 과정을 심사하는 방안, FRC 외 별도의 감독기구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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