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화웨이가 쏘아올린 두 개의 공…삼성전자vs증시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로 한국 증시가 상승하고 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갈등을 격화시키는 요인으로 주식 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권고도 나온다.

21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60%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05%의 강세다. 간밤 뉴욕 증시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이유로 화웨이에 대한 부품 및 서비스 공급 중단을 발표하자 하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0.33%, 나스닥 종합지수가 1.46% 밀렸다. 미국 기업들의 행동에 중국에서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

◆삼성전자에는 긍정적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익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업의 외국산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화웨이와 68개 계열사가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정부의 정책에 구글은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발표했다. 인텔 퀄컴 브로드컴 자일링스 등도 화웨이로의 부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구글의 거래 중단이 화웨이에 치명적인란 분석이다. 앞으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지메일 등 구글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 구글의 기술 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에 보안 및 운영체제 업데이트도 받을 수 없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화웨이의 급부상으로 타격을 입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긍정적인 이슈"라며 "반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화웨이의 거래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했다. 기존 네트워크 보수·점검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제공을 위한 목적으로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90일간 허용했다. 그러나 새 제품 제조를 위한 미국산 부품 구매는 여전히 제한된다.

◆한국 수출 6개월째 감소 우려

삼성전자와 미국산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부품업체에는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증시에 있어서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중국이 첨단산업의 원자재인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제한할 것이란 가능성이 부각되는 등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가 예상돼서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5월 1~20일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257억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다. 이 흐름이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면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미국과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장기화되는 것이다.

증시에 대한 접근도 보수적으로 하라는 주문이다. 전상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원인은 한국 주요 경제지표의 부진"이라며 "원화 약세와 함께 미중 무역갈등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도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을 불러온 요인"이라고 했다.

전 연구원은 "결국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다라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주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유효하나 미중 무역협상이 지연되거나 결렬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상책"이라고 판단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