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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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차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지역에서 한국이 제외됐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잠재적 위험이 사라진 만큼 실적 개선에 주목할 때라고 강조했다.

16일 오전 10시30분 기준 기아차 주가는 전날보다 2.03% 오른 4만2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차도 1.17% 오른 12만9500원을 기록 중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징벌적 관세에서 면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할 행정명령안을 입수,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시장에서는 보도대로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이미 지난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 측에 일정 부분 양보했다는 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검토가 양자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대한 견제 수단이란 점 △미국이 자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면서까지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을 규제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일단 고율 관세 표적에서 벗어난 덕분에 자동차주는 수혜가 예상된다. 그간 미국의 관세 부과 소식은 현대차 등 관련 주가에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그간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란 소식은 잠재적 위험으로 투자심리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며 "차선책으로 생산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생각했던 만큼 관세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는 소식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멕시코가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동시에 피하게 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5.6% 기아차는 7.8% 수준의 주가 상승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며 "반면 일본, 유럽 등 경쟁국들이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을 받을 경우 한국 자동차 업계는 반사이익까지 볼 수 있어 주가 상승폭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부진하면서 미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 고 센터장은 "미국 시장에는 팰리세이드 등 비싼 차들이 들어가는 만큼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서 장사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소식으로 미국에서도 팰리세이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미 수출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대외 위험성이 일단 해소된 만큼 앞으로는 실적 그대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이 82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은 23조9871억원으로 6.9%, 당기순이익은 9538억원으로 30.4% 각각 성장했다.

고 센터장은 "관세 부과 소식 탓에 실적이 아무리 잘 나와도 주가가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며 "잠재적 위험이 없어진 것으로 볼 수 있어 이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실적 그대로를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국내 자동차 업종이 대외변수 우려가 아닌 영업지표 개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라며 "실적 방향성 관점에서 가동률·재고·인센티브 등 핵심 지표들은 기존에 확인된 개선 흐름을 유지 중이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바뀐 부분은 우호적 환율 환경 뿐"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사들 역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관세 대상에서 최종 제외되면서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사 수혜도 전망된다"고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